북한인권보고서 첫 발간…공개 처형 등 인권 유린 실태 공개

통일부 30일 북한인권법 제정 7년 만에 공개 국경지역서 사법 절차 없이 '즉결 쳐형' 빈번 유엔 보고와 달리 미성년자·임산부도 사형 집행

2024-03-30     문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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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북한의 인권 상황을 담은 북한인권보고서가 30일 처음 공개됐다. 북한의 구체적인 인권 침해 상황을 담은 정부의 첫 공식 보고서로 공개처형, 생체실험, 과도한 노역 등이 탈북민의 증언을 바탕으로 여과 없이 담겼다.

통일부가 이날 2017∼2022년 탈북한 탈북민 508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해 공개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에는 심각한 북한의 인권유린 상황과 열악한 북한 주민의 인권 실태가 고스란히 담겼다. 2016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지 7년 만이다. 총 450쪽 분량의 보고서는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 입소한 탈북민 3412명을 면담해 이 중 508명이 직접 겪거나 목격한 1600여개 인권 유린 사례를 담았다. 구체적으로 시민·정치권(자유권), 경제·사회·문화권(사회권), 여성·아동·장애인 등 취약계층 인권 침해, 정치범 수용소 수용민과 납북자·이산가족 등 인권 침해로 나눠 정리했다. 통일부는 북한인권법 제정 이듬해인 2017년부터 매년 보고서를 작성해왔다. 그러나 탈북민 개인정보 노출 우려 등의 이유로 3급 비밀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았다. 이외에 통일연구원을 비롯한 국책연구기관, 국내외 민간단체,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는 자체적으로 북한인권보고서를 꾸준히 발간해왔다. 보고서는 "공권력에 의한 자의적 생명박탈이 북한 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경지역에서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생명을 박탈하는 '즉결 처형'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수집됐다. 국경경비대원이 탈북하는 주민을 사살하는 것을 목격한 경우와 사살한 국경경비대원으로부터 이에 대해 직접 들은 경우였다"고 서술했다. 아울러 2020년 양강도에서 중국에서 한국 영상물을 유입해 여러 명의 북한 주민들에게 유포한 행위로 남성을 공개 총살하고, 시장 뒷골목에서 하이힐, 화장품 등 한국 제품을 몰래 팔다가 체포된 사람들도 사형을 선고받고 곧바로 공개 총살된 증언도 수록했다. 특히 북한이 지난 2019년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 "범죄를 저지른 자가 18세 미만이면 사형 선고를 하지 않으며, 임신 여성도 사형 집행되지 않는다"고 보고한 것도 사실과 달랐다. 증언에 따르면 2018년 청진시에 있는 강변에서 미신 및 종교 행위로 주민 2명이 공개 처형됐는데, 처형된 사람 중 1명이 18세 미만이었고, 2017년 집에서 춤추는 한 임신 6개월의 여성이 손가락으로 김일성의 초상화를 가리키는 동작이 문제가 돼 사상적으로 불온하다는 이유로 공개 처형됐다. 이번 보고서 공개 배경에는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북한 인권 실상을 공개하는 건 국가 안보에도 매우 중요하다. 국가의 정당성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라며 "북한의 인권과 정치·경제·사회적 실상 등을 다양한 루트로 조사해 국내외에 알리는 게 안보·통일의 핵심적 로드맵"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가 북한 인권 분야의 공신력 있는 기초자료로 국내외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으로 배포해 홍보하고 영문판 발간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 주민의 인권 실상이 국내외에 공개되고 널리 알려져 북한 인권 증진에 기여하고 우리 정부와 민간,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도 보다 강화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