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거느린 증권사 자금수혈 ‘진땀’
한국금융지주, 자회사 저축은행에 4200억원 지원 금리인상·경기침체 등 여파에 재무 건전성 악화
2024-03-30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증권사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자회사 저축은행에 대해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저금리 시기에 부동산 대출을 늘렸던 저축은행들은 현재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수익성·건전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증권사들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지만 경기 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커지면서 외부 사정에 더 취약한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24일 계열사 한국투자저축은행과 한국투자캐피탈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한국금융지주가 두 회사에 지원하는 각각 4200억원, 4400억원으로 총금액만 무려 8600억원에 달한다. 앞서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2018년과 2021년에도 각각 500억원, 작년 900억원 등 총 19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증권사들은 작년부터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로 인해 저축은행 업황이 악화하자 자금지원을 강화해왔다. SK증권은 지난해 11월, 계열사인 엠에스상호저축은행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금 180억원 지원했다. 대신증권은 작년 두 차례에 걸쳐 대신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상반기 300억원, 하반기 100억원 등 총 400억원을 투입했다. 대신저축은행의 BIS 비율이 악화한 영향이다. 이번 한국금융지주가 대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배경 역시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국투자저축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은 9.8%로, 현재 영업 중인 79개사 중 최저 수준이다. 79개사 평균 BIS 비율인 12.9%보다 한참 낮다. BIS 비율은 은행이 위험자산에 비해 자기자본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작년 9월 대출 증가에 따른 자금 사용으로 일시적으로 유동성 비율이 92.6%로 나타나 일각에서 유동성 우려가 제기됐으나, 이후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 관리에 나서면서 12월 말 기준으로는 유동성 비율이 167.3%로 올랐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코로나 사태 이후 저금리 환경이 지속하고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맞이하자 부동산 PF 대출 규모를 크게 늘렸다. 작년 3분기 기준 한국투자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 9358억원 수준이다. 다만 현재 금리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고 부동산 경기도 침체하면서 PF 리스크가 높아진 상황이다. 저축은행 PF는 규모가 작은 일반 주택이나 상업 시설의 비중이 높고, 신용등급이 낮은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신용평가기관에서도 유상증자를 통한 즉각적인 재무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나이스신평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유상증자가 한국투자저축은행 신용도에 미치는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며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우 전체 여신 내 부동산 임대업 대출, 건설업 대출, PF대출, 브릿지론 비중이 높아 부동산개발금융과 관련된 부담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