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尹 외교라인 교체에 "안보실 허접했나"…양곡법 등 갈등 지속
야당 비판에 여당 "읍참마속 심정으로 결정한 것"
한 총리 양곡법 거부권 건의…야 "삼권분립 개념 없어"
2023-03-30 이진하 기자
매일일보 = 이진하 기자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등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줄사퇴한 것과 관련해 "언제부터 대한민국 대통령 안보실이 이토록 허접한 곳이 됐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여당은 대통령실을 두둔하며 해명에 나섰고, 이밖에 한덕수 국무총리의 양곡관리법 거부권 건의 등을 놓고 여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30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말 블랙핑크와 레이디가가 합동 공연 제안을 대통령이 보고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핵심 외교비서관을 내쫓고 대미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안보실장이 사퇴했나"라며 이 같이 지적했다.
이어 "그간 열거할 수도 없는 외교 참사에 끄떡없더니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갑자기 경질된 게 참으로 이상하다"며 "바로 다음 달 방미를 앞두고 밤을 새워 전략을 짜도 모자란데 대통령실이 대책은 고사하고 온갖 풍문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전격 사퇴했다. 경질설이 언론에 보도된 지 하루만이다.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이 잇따라 교체되면서 그 내막을 두고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은 다음 달 26일 있을 미국 국빈 방문 준비 과정에서 보고 누락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이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 만찬에서 블랭핑크와 레이디가가 등 한미 대표가수의 합동공연 행사를 제안했고, 그 내용이 윤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보고 누락됐다는 의혹이다. 이밖에 안보실 내 외교라인과 비외교부 라인의 갈등도 제기됐다.
박 원내대표는 "어느 때보다 복잡한 외교·안보 난맥상을 어떻게 풀어가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통령실의 국회 업무보고마저 회피하며 사태를 방치한 국민의힘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또 이번 미국 순방을 위해 당장 국회 운영위원회부터 소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도 한 목소리를 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안보 수장을 교체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현재 여러 의혹을 낱낱이 국민에게 소상히 밝힐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갑작스러운 교체이긴 하지만 대통령실께서 아마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그런 인사 결정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직을 수행하면서 오로지 공무수행에만 전념하는 모습으로 당과 정부가 운영됐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이라며 대통령실을 두둔했다.
전날 한 총리는 양곡법 거부권 행사를 대통령께 건의한 것이 알려졌다. 민주당은 강하게 비판하며 정부 여당인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에 각을 세워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전날 한 총리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것에 "이 정부는 아예 삼권분립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고 확신을 갖게 된다"며 "쌀값 폭락에 지금까지 무능·무관심으로 대처해 온 정부가 갑자기 국익과 농민을 위한 결정이라며 거부권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승남 의원도 "양곡법은 남는 쌀 강제매수법이 아니라 적극적인 쌀 생산조정을 통해 남는 쌀이 없게 하는 '남는 쌀 방지법'이자 필요한 쌀만 생산해 가격을 안정화하는 '쌀가격 안정화법'"이라며 "윤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도 촉구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3일 농해수위를 열고 긴급현안질의를 실시한다. 이 자리에서 정 장관에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이날 농해수위 의원들과 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위원들이 연석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