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에도 먹거리는 가격 인상
10개월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4%대 진입 먹거리 가격 인상…물가 둔화 체감 힘들어
2023-04-02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10개월만에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공식품에 이어 외식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2020년을 100으로 본 상대적 지수)로 전년대비 4.8% 올랐다. 지난해 12월(5%)과 올해 1월(5.2%) 두 달 연속 5%를 넘었던 물가상승률이 3개월 만에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4%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4월(4.8%) 이후 10개월 만이다. 고물가가 장기간 지속되던 상황에서 모처럼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지만 서민들의 체감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의 ‘인상 자제’ 요청에도 가공식품과 외식 업체들이 원가 부담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0.4% 올라 2009년 4월(11.1%)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식 물가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8% 이상 상승률을 보이다 1월(7.7%)에 이어 2개월 연속 7%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통계청은 증가 폭이 소폭 둔화했다는 설명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39개 외식 품목은 하나도 빠짐없이 1년 전보다 가격이 높아졌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5.4%, 5.1% 각각 인상한데 이어 KFC도 버거류는 평균 200원, 치킨류는 평균 100원 가격을 인상했다. 버거킹도 지난달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2% 올렸다. 교촌치킨도 3일부터 가맹점의 수익 구조 악화, 임차료·인건비·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소비자 권장 가격을 최대 3000원 올리기로 했다. 배달료를 포함하면 치킨 1마리에 3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교촌 본사가 가맹점과 소득 분배의 책임을 지지 않고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꼴이라며 교촌치킨의 가격 인상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가공식품 물가도 심상치 않다. 남양유업도 두유 7종의 출고가를 4.7% 올리기로 했다.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파는 남양유업 프렌치카페 컵커피 7개 품목의 판매 가격도 10~12%씩 인상됐다. 하이트진로는 음식점·술집 등에서 판매되는 수입 주류 출고가를 평균 15.9% 올렸고, 지난 1일부터 토닉워터 3종의 편의점 가격 인상했다. 오비맥주는 당분간 국산 맥주 가격은 동결하기로 했으나 수입·유통하는 버드와이저, 스텔라 아르투와, 코로나 등의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생활용품 가격도 인상된다. 편의점 CU는 피죤과 홈매트 등 생활용품 13종 가격을, 세븐일레븐은 세제와 일회용 우산 등 26종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GS25도 피죤 상품 11종 가격을 올린다. 반면, 롯데제과는 이번달부터 편의점에 납품하는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린다는 방침이었지만 가격 인상계획을 연기했다. 앞서 풀무원도 풀무원샘물 등 제품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었지만 철회했다.업계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국제 곡물 가격은 지난해 5∼6월 이후 하락세를 나타냈고, 원·달러 환율도 안정화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며 “먹거리는 지출을 쉽게 줄일 수 없는 항목인 만큼 먹거리 물가가 잡혀야 소비자물가지수 둔화세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