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손자 5·18 사죄 약속 지켜…“추가 사죄·미납 추징금 숙제”
2023-03-31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 일가 비리를 폭로한 손자 전우원(27) 씨가 31일 5·18 유가족과 피해자에게 사과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그의 사과가 전두환 일가의 추가 사과를 끌어내거나 미납 추징금을 환수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전 씨는 31일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5·18 단체 회원을 만나 전두환 일가 중 처음으로 여러 차례 고개를 숙이고 사죄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정성국 5·18 공로자회장은 전 씨에게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광주를 방문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며 격려했다. 그는 “전우원 씨의 광주 방문이 5·18 진상규명과 국민화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의 바람”이라며 “다른 (전두환 씨) 가족들도 이제는 용기를 내야 할 때”라고 양심고백을 촉구했다. 5·18 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도 “할아버지가 생전에 저지른 만행에 대해 손자가 직접 사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다”며 “역사는 결국 시간이 흐르며 정당한 평가가 내려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상 규명 이후에는 사죄와 용서, 화해와 상생으로 가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우원 씨 사죄가 하나의 계기,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명자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 역시 “오늘 사죄에 그치지 않고 5·18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다른 양심고백이 나올 수 있도록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전 씨의 폭로와 사과가 다른 후손 등 일가들의 양심고백과 반성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염원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 씨가 개인적으로 밝힌 바에 따르면 일가와 고립돼 독자적인 행동을 한 만큼 자신의 단발적인 사죄로서 그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추가 환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추징금 2205억원 중 867억원의 미납금에 대한 환수 입법에 대한 여론이 환기될 수는 있다. 형사소송법상 미납 추징금 집행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절차가 중단되는 탓에 대법원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별채 압류 처분 행정소송에서 “추징을 집행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납금을 추징할 유일한 방법은 ‘추가 입법’이지만 국회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다. 2020년 6월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은 전두환 사망 후라도 미납 추징금을 환수할 수 있는 ‘전두환 재산추징 3법’을 대표로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