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떨어진다던 ‘물가’, 서민 체감은 그대로… 韓산업계 시름 커진다

한은 “소비자 심리, 이전에 비해 긍정적” 기재부 “농·축산물 가격 등 물가 안정적” 기호식품가격 잇따라 인상… 소비자 “물가 안정 체감 어려워”

2024-04-02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체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2일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향후 경제상황이 이전에 비해 다소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소비자심리지수가 지난달에 비해 상승했다며, 소비자들이 경제상황을 덜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은의 '3월 소비자동향조사'에 의하면 경제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심리지수인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2.0으로, 2월 대비 1.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6월(96.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한은 측은 “최근 유가가 하락했고 전반적인 소비자물가지수 상승 폭도 둔화하고 있다”며 "물가 상승 폭이 둔화하고 마스크 전면 해제 등에 따른 일상 회복 기대감의 영향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2월 소비자 물가상승률(4.8%)은 지난해 4월 이후 10개월 만에 4%대에 진입해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라 분석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31일 "농·축산물 가격도 생산량 및 재고 증가 등으로 대체로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25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기업들의 2분기 전망치는 직전 분기 대비 20p 상승했다. 대한상의 측은 수출측면에서는 리오프닝에 따른 중국 내 수요와 생산활동 증가, 내수측면에서는 계절적 요인과 노마스크 효과에 기업들의 기대감이 컸고, 투자세액공제율 상향, 기준금리 동결과 같은 정책적 지원과 통화정책기조 변화도 경기전망지수의 상승에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는 물가 상승세 둔화나 경기 전망이 긍정적임을 체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소비자물가지수와 기업경기전망지수 모두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해석한다. 전문가들이 조사한 통계에서는 경기 전망이 나아졌어도, 소비자와 기업들은 여전히 부정적으로 보는 셈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의하면 지난달 외식물가지수는 115.45로 지난해 동월보다 7.5% 올랐다. 교촌치킨은 3일부터 소비자 권장 가격을 최대 3000원 올릴 예정이며,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등은 이미 일부 메뉴의 가격을 2~5% 가량 인상했다. 또 지난 2월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10.4%로, 품목별로 보면 빵 17.7%, 커피 15.6%, 스낵 과자 14.2%, 아이스크림 13.6% 등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또 국민들이 자주 접하는 기호 식품들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거나, 앞으로 오를 예정이다. 일부 커피 체인점은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의 가격을 최소 200~700원 가량 인상할 계획이며, 일부 제품 가격을 10% 안팎으로 올리는 곳도 있다. 직장인들이 자주 애용하는 일부 믹스 커피 브랜드는 출고가가 평균 9.8% 올랐다. 빙과업체들은 최근 원재료와 인건비, 물류비 상승을 이유로 아이스크림 등 빙과류의 가격을 20~33% 올렸다. 고물가 기조로 내수 및 수출이 동시에 부진하면서 기업들의 경영 상태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대한상의는 반도체 수요와 가격 하락세가 지속 중인 IT·가전(95)을 비롯해 정유·석유화학(95), 철강(85) 등 수출 주력품목은 여전히 BSI 기준치 100을 밑돌았고, 코로나 특수가 사라진 제약(71), 출판·인쇄(71), 섬유·의류(79) 업종들도 2분기 전망이 부진한 업종에 속한다고 전했다. 건기식 개발사 관계자는 “최근 마스크 제한 해제 등으로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지만, 기업들은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 상승을 이유로 상품 가격을 올리는 상황”이라며 “가격이 오를 수록 소비자의 선택은 더 까다로워지며, 선택받지 못한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된다. 기업-소비자 상생을 위해 가격 인상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기업 관계자들이 알아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