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해묵은 ‘수입콩 공매제도’ 논란…올해도 여전할까
농식품부, 공매 물량 축소안 제시…中企, “폐지가 답” 시장 현황 외면한 시행 체계…개선 작업 여전히 답보
2023-04-02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최근 물가 상승세는 한풀 꺾였지만, 콩 가공 시장은 여전히 울상이다. 올해도 ‘수입콩 공매제도’의 개선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탓이다.
찌개, 조림, 영양간식으로 인기가 높은 두부는 코로나19에 따른 집밥족 증가 및 건강 트렌드의 확산으로 수요가 치솟고 있지만, 정작 두부가공업체들은 생업의 존폐를 위협받고 있다. 국내 두부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시점에서 관련 업체들은 경쟁력을 갖추긴 커녕, 물량확보의 확실성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콩가공업계와 농식품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은 올해도 지지부진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영세한 두부 제조업계 현황을 고려하지 않은 ‘수입콩에 대한 수입권 공매제도’ 시행 체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단 지적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해당 제도는 밥상물가 안정 및 국산 원재료 가격 폭락 방지 등의 목적으로 2019년 도입됐지만, 현재 콩 수급 불안정 및 원재료비 인상을 가중시킨 주범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대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직접배분(직배)·판매(공매) 하거나, 수입권을 배분(FTA수입권배분)·판매(수입권공매)하는 방식으로 관련 업체들에 공급된다. 이전까진 국영무역으로 수입된 수입콩을 유통공사에서 각 단체 및 실수요자에게 직접 공급하는 ‘직배제도’로 콩 수급이 이뤄졌다. 그간 정부는 국산 콩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수입콩 직접공급(직배) 물량을 줄여왔다. 공매제도의 운영은 TRQ 물량 내에서 운영돼, 안정적 공급을 받을 수 있는 직배물량의 축소를 야기한다. TRQ란 저율관세할당으로, 정부가 허용한 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저율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높은 관세를 매기는 제도다. 2017년 당시 16만3668t에서 지난해엔 13만7181t으로 줄었다. 현행 수입콩 공매는 수요자의 전년 실적을 기준으로 낙찰되는 구조다. 압도적으로 콩 사용 물량이 많은 대기업 산하 업체들이 물량 배정에서 우선순위가 된다. 내 두부업체 중 90% 이상은 전 직원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으로, 거대 기업들과의 입찰 경쟁에서 불리하다. 공매입찰 참여를 위한 사전준비, 투찰 등에 추가적 인력 낭비가 발생하며, 10%의 보증금 사전 납부로 기업 현금 유동성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원재료 수급 단계부터 단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자, 두부 등 콩 가공 상품의 소비자 가격은 자연스레 높아지고 있다. 해당 제도에 따른 부작용이 업계뿐만이 아니라 소비자에게까지 타격이 미친 모습이다. 그간 콩가공업계는 입찰과당경쟁, 원료수급난, 원가 상승을 부추긴 공매제도의 폐지를 강력히 주장해 왔다. 올해도 콩 가공 업계는 농식품부에 공매 폐지 및 실수요자에 동일한 가격의 대두공급을 해달라고 건의했지만, 공매 운영 물량을 8000t으로 축소한다는 피드백만 돌아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부터 공매 운영 물량을 기존 3만8000t에서 8000t으로 축소하는 방안으로 업계에 타협안을 제시한 상황이다. 사업확장 및 신규창업 등 비정기적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일정수준의 유지가 필요하단 이유에서다. 콩 가공 업계는 공매 물량 축소가 아닌, 완전 폐지가 답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수입콩에 대한 수입권 공매제도와 관련해 올해 정부 차원의 간담회가 주최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구체적인 윤곽이 아직까지 나오고 있지 않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관련 제도 시행 체계에 대한 개선 작업은 여전히 답보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