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 하면 정치 카테고리를 장식하는 전통시장이 있다. 대구 서문시장이다.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의 일정 중 핵심은 대구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 참석이었다. 이번 방문은 윤 대통령이 대권 주자 시절 이후로만 따졌을 때 여섯 번째다. 김건희 여사 따로 찾은 일정까지 감안하면 대통령 내외의 서문시장 사랑은 굉장하다.
사실 서문시장은 대구 민생 현장의 상징이다. 일각에서는 보수의 성지라고까지 평가한다. 오랫동안 보수를 자처하는 정치인들이 민심을 읽고 살피는 곳으로 서문시장을 택했기 때문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기념식 축사에서 "이 자리에서 다시 여러분을 뵈니 '국정의 방향, 국정의 목표가 오직 국민'이라는 초심을 다시 새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왜 정치를 시작했고, 왜 대통령이 됐는지,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일해야 하는지 가슴 벅차게 느낀다"고 덧붙였다.
최근 추락한 대통령 지지율을 근거로 볼 때 대통령 초심찾기 행보는 명분이고, 속내는 지지율 제고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통령의 스킨십 행보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마음은 없다.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든 대통령의 행보는 정치적 해석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시장을 찾아 상인과 서민들을 만나고 야구장을 가 시구를 한 것이다.
구체적인 대통령 지지율을 보자. 지난달 말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만18세 이상 1000명 대상, 오차범위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로 다시 떨어졌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가 30%, 부정 평가는 60%를 기록한 것. 긍정 평가는 지난해 11월 4주차 조사(30%) 이후 최저다. 긍정의 이유야 차고 넘칠수록 좋은 법 인 만큼 부정 평가 이유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부정 평가 이유로 외교 21%, 일본 관계 즉 강제동원 배상 문제 20%, 경제·민생·물가 8%, 경험·자질 부족과 무능함 5%, 소통 미흡 5% 등이다. 이후에도 여럿 여론조사가 나왔지만,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부정평가 이유도 마찬가지다.
최근 정책 이슈로 전 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것이 바로 한일 정상회담이었던 만큼 그 결과와 평가 그리고 후속조치가 대통령 지지율에 직접적 영향을 끼쳤다. 과연 어떠했나. 일본은 역사왜곡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역사 교과서를 내놨다. 물 잔 반을 채우기보다 반 채워진 물 잔을 걷어찼다.
한일 정상회담의 결과와 평가 측면에서 박한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는 곧 지지율로 바로 나타났다. 김성한 안보실장 사퇴 등으로 불거진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부재도 지지율 추락에 한몫 거들었다. 대통령실내의 권력암투가 원인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국민과의 소통, 참모들과의 소통, 참모들간의 소통 등 모두가 소통 부족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물론 주말 동서횡단 일정은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며 각종 민생 이슈를 돌아보기 위한 차원이었을 것이다. 그런 일정이 바로 대통령의 현장 방문이다. 물론 지지율 제고를 위한 이벤트 성격도 가질 수밖에 없다. 모두 인정한다. 다만 대통령이 참모들과 정책 방향을 꾸리든 서민들을 만나든 무엇을 하더라도 소통이 기본이 돼야 한다. 그것이 외교이든 경제이든, 정치이든 상관없다. 모든 영역에서 소통이 바탕이 되지 않는 정책은 민심이반의 이유만 될 뿐이다. 화창한 봄날 나들이처럼 이뤄진 대통령 현장 방문. 대통령은 수많은 지지자들의 열광과 환호 속에서 초심을 생각했다 한다. 하지만 초심은 열광과 환호 속에서 옅어지고 따가운 질책과 호통 속에서 더 짙어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