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韓‧日 관계 개선…산업계 ‘희비교차’

주요 품목 국산화 거쳐 ‘양날의 검’ 평가 사회적 비판과 수지타산 모두 고려해야

2024-04-03     신승엽 기자
(왼쪽부터)윤석열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한‧일 양국의 경제 관계가 해소되고 있지만, 국내 산업계는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일 산업계에 따르면 양국의 관계 개선은 ‘양날의 검’으로 평가받는다. 역사적 사실로 부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에는 산업계 입장에서 거리를 멀리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아직 본격적인 협력은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사회 안팎에서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표면적인 한일 관계는 ‘반일 정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양국의 본격적인 갈등은 지난 2019년 촉발됐다. 일본은 불화수소·불화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했다. 화이트리스트는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이 부여되는 국가를 뜻한다. 반도체 핵심 소재 국산화를 통해 위기를 정면에서 돌파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3개 품목의 일본 의존도는 기업들의 불안감을 불러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8년까지 한국 기업이 3개 품목에 대해 일본에 의존한 정도는 각각 포토레지스트 93.2%, 불화폴리이미드 44.7%, 불화수소 41.9%에 달했다. 하지만 작년 기준 3개 품목의 의존도는 77.4%, 33.3%, 7.7% 수준으로 하락했다. 해당 품목들의 국산화와 수입처 다변화에 따른 결과다.  일본과의 무역은 항상 적자였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367억8000만달러), 호주(261억8000만달러), 일본(241억달러) 등에서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원유와 석탄, 철 등의 원자재 가격 확대로 사우디와 호주로부터의 수입액이 늘었다. 반면 일본과의 무역은 글로벌 경제 상황과 관계가 적다는 점에서 무역재개에 환호할 수 없는 모양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본 산업계는 내수에 집중하고 있다. 현지 업체들은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을 제외하면, 한국 제품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며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국내 기업들의 숨통을 트이게 해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일본으로부터 얻을 것이 확실하다면 기업 입장에서 피할 이유가 없지만, 일본 제품들이 국산화된 품목들보다 가격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일본 기업들에 대한 매력을 찾지 못할 것”이라면서 “다만 원천기술의 경우 고도화된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일본과의 관계 악화를 원하는 기업도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WTO 제소를 철회했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이를 ‘굴욕 외교’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이번 사례를 정쟁으로 몰아가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일본을 향한 정부의 스탠스와 정쟁으로 몰아가는 야당의 움직임을 동시에 비판하고 있다. 제조업에 영위하는 한 대표는 “현재 소재‧부품‧장비 등 많은 부분에서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 만큼 한국이 굴욕적인 스탠스를 취할 필요는 없다”면서 “일본 기업들이 먼저 오만한 태도를 보여주지 않는 한, 결과로 어필해야 하는 기업인 입장에서 정쟁으로 몰아가는 사례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