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日, 동반자이자 경쟁자”…글로벌 시장서 주도권 다툼
한일정상회담 계기 경제교류 본격화…대·중소기업 ‘협력 기대’ 전자제품·선박·유통·제약 등 전(全) 산업군 ‘경쟁모드’ 재돌입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한국과 일본간 경제 교류가 정상화 모드로 전환되자, 양국의 산업계가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3일 산업계는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측의 경제 교류가 보다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8곳은 최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향후 일본과의 경제 교류를 확대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향후 일본과의 경제 교류 확대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76.6%에 육박했다. 또한, 올 상반기 한국무역협회·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 등도 일본의 경제 단체와 다양한 공동 행사를 진행·기획하는 등 경제 및 산업계의 기대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한편, 대일본 경제 협력 관계 복구와 함께 일본과의 경쟁 관계도 다시 본격화 될 전망이다. 지난 수십년간 한국과 일본은 글로벌 시장의 다양한 산업군에서 주도권을 가지기 위해 경쟁을 지속해왔다. 실제 한국과 일본의 주력 수출 품목 중 반도체·조선(선박) 등 상당수가 중복돼 양측의 경쟁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과거 일본은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특히 일본은 DRAM 분야의 ‘원조’ 미국을 제치고 세계 시장을 선도했지만, 지난 1990년대 후반 한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여기에 TFT-LCD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을 제쳤다. 조선 분야도 사정은 비슷하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조선 산업은 전통적인 강자였던 일본을 제치고 장기간 1위를 차지해왔다. 일본 산업의 ‘자존심’이었던 조선 산업 1위 자리를 한국에 내준 것을 계기로 일본 내에서는 한국을 본격적인 ‘경쟁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양국은 이들 분야를 제외한 다양한 영역에서도 경쟁하고 있다. 전자제품 영역의 경우 스마트폰·일반가전 등에서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상대적 우위 속 소니를 필두로 한 일본의 전자제품 제조 기업들은 카메라·음향기기 등 ‘전통적 강점’을 활용한 시너지로 한국 기업을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
유통 부문에서의 경쟁 역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편의점 분야에서의 한국 기업의 추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작년 1월 말리이시아 현지에서 진출 8개월만에 50호점을 돌파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 역시 작년 12월 베트남 현지에서 200호점이 넘는 매장이 문을 열었다. ‘훼미리마트’ 등 글로벌 편의점 업계 강자 일본의 명성을 바짝 추적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작년 5월 한국무역협외 호치민지부의 한 조사에서는 한국 상품을 대체할 경쟁국으로는 ‘일본(70%)’이 가장 많이 지목됐다. 한국과 일본이 유통 부문을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동남아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 반영된 것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에서의 경쟁도 가중될 전망이다. 해당 분야에서는 일본이 한국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일본은 타국과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백신 산업 강화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작년 백신개발 추진 컨트롤타워 기능을 갖춘 ‘선진 연구개발전략센터(SCARDA)’를 발족했다. 일본의 백신 산업 강화 기조에 맞춰 기업들의 연구도 탄력을 받아 성과를 눈앞에 둔 상태다.
반면, 국내의 경우 일본과 같은 중점 사업이 없어 추후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일본과 같은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 분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