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이자에 못 갚는 빚 ‘눈덩이’

5대銀 신규연체율 1년 만에 2배 증가 저축銀 연체율 5% 넘나드는 곳 속출

2024-04-03     이광표 기자
은행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며 금리 인상 여파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대출금리가 떨어지고 있긴 하지만 이미 고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연체율 치솟는 중이다. 특히 중·저신용자가 많이 이용하는 저축은행에선 연체율이 5%에 육박한 곳도 나왔다. 

2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올 2월 신규 연체율은 평균 0.09%를 기록했다. 5대 은행의 신규 연체율은 지난해 상반기 0.04%(평균) 수준에서 관리돼 왔는데, 지난해 8월 0.05%로 처음 올랐다. 이후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매달 0.01%포인트씩 상승했다. 2월 가계대출의 신규 연체율은 0.07%, 기업대출은 0.1%다. 은행의 또 다른 자산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오름세다. 금융사는 빌려준 돈(여신)의 건전성 정도를 위험성이 낮은 순서대로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5단계로 나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의 총 여신(대출) 가운데 ‘고정’ 이하의 부실한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5대 은행의 지난 2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평균 0.27%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0.22~0.25% 수준을 오르내리다 9월 0.21%까지 내렸지만, 이후 다시 반등하고 있다. 은행이 빌려줬는데 돌려받지 못할 것 같은 돈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중·저신용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저축은행의 상황은 더 안좋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저축은행 79곳의 총 연체율은 3.4%로 전년보다 0.9%포인트 치솟았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2016년 5.8%를 기록한 뒤 매해 하락했으나 지난해 반등했다. 특히 자산 규모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의 연체율도 올랐다. 이 가운데 OK저축은행의 연체율이 전년 말 대비 1.05%포인트 상승한 4.93%로 가장 높았고, 페퍼저축은행도 1.78%포인트 상승해 4.12%를 기록했다.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지난해 말 4.1%로 전년보다 0.7%포인트 올랐다.  전문가는 금융권에 ‘숨어있는 부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는 앞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각종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상환 유예를 지원하고 있다. 이 조치가 끝나면 부실 채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융사의 연체율이 높아져서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는 순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할 수 있는 등 불안한 시기”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