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레버리지 약화… 관계개선에 치중해 성과 미흡"
전문가 3인 매일일보 인터뷰…한·일 관계 주요 이슈 분석 및 전망 '제3자 변제안' 불가피한 측면 있지만, 일본 면죄부·외교 범위 한계 교과서 내용 왜곡 사태, 윤 정부 '외교 참사'와 연관 짓기엔 무리
2024-04-03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윤 정부는 '제3자 변제안'을 골자로 한 일제 강제징용 배상 해법안과 한·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양국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부의 전향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한 탓에 전반적인 대일 외교 성과는 초라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피해자와 국내의 부정적 여론을 뒤로하고 강행한 '제3자 변제안'의 경우 가해자인 일본 전범 기업에 사실상 면제부를 주는 결과를 낳으면서 도리어 일본의 당당한 외교적 태도에 직면했다. <매일일보>가 대일 외교의 핵심 쟁점인 '제3자 변제' 중심의 일제 강제징용 해법안과 일본 교과서 내용 왜곡에 대해 집중 분석하고, 이와 관련한 대응 및 전망에 대해 각자의 '묘수'를 들어봤다<편집자주>.
외교전문가들은 한·일 관계에서 대표적인 '굴욕 외교'라고 꼽히는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징용 해법안과 관련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양국 관계 개선에 치중한 나머지 외교적 성과를 보여주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3일 매일일보와 인터뷰를 가진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제3자 변제'가 상당 부분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았으나, 협상과 시점 여부로 좀 더 우리나라에 유리한 결과를 도출했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일본 피고 기업이 11년 전 사죄와 기부성 보상금을 약속한 것에서도 크게 후퇴한 것이다. '셔틀 외교'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한국 방문에서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외교 레버리지가 크게 약화된 것은 너무나 아쉬운 대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제3자 변제안'의 불가피함을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발언을 들어 피력했다. 그는 "'제3자 변제'가 아니면 방법이 없다는 게 문 전 국회의장의 얘기였다"며 "단 문 전 국회의장은 이런 방향으로 추진하려면 입법을 해야 한다는 얘기였다"고 설명하면서 입법 여부가 아닌 '제3자 변제' 자체를 논하는 것이라면 다른 방법이 많지 않음을 시사했다. 실제 문 전 국회의장은 지난 1월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정부의 '제3자 변제안'에 대해 "근본적으로 문희상안이 상당히 반영됐다"고 하면서도 "피해자 중심에 방점이 있고 대법원 판례를 존중해서 입법적으로 해결하려는 게 전체 취지였다"면서 자신과 현 정부의 해법에 다소 차이가 있음을 설명했다. '제3자 변제' 중심의 강제징용 해법안이 가장 중요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대우교수는 "'제3자 변제안'이라는 것은 한국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내용이어서 사실상 가해자인 일본의 전범 기업을 배제한 해결안"이라며 "일본 가해 기업의 책임을 완전히 면제해 주는 결과가 됐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불만을 쏟아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