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관치 점입가경…‘이복현 호출’에 금융권 좌불안석

금감원, 금융지주 이사회 회동 정례화 은행 경영승계 절차 등 지배구조 감시 이사회 의사결정에 정부 입김 세질 듯

2024-04-04     이광표 기자
이복현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주총시즌이 막 끝나고 새 진용이 갖춰진 금융지주들이 정부의 노골적인 경영개입 압박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개혁을 천명한 가운데 그동안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사회를 정조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CEO들이 실적 개선과 소비자 보호보다 '장기 집권'이나 '셀프 연임'에만 몰두하는 관행을 바꾸기 위해 이사회의 견제·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총대를 멘 금융감독감원은 금융지주 이사회를 상시 호출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부가 금융사의 지배구조 문제에 직접 관여한다는 측면에서 '관치'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4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은행권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검사 실시와 더불어 경영 실태 평가에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관련 평가를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지배구조가 건전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각 은행 이사회와 회동을 최소 연 1회 정례화하며 상시감시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내년까지 은행 지배구조를 은행 부문의 중점 감독·검사 테마로 선정해 감독 및 검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검사에서는 이사회의 전문성 및 독립성 정도, 경영승계 절차 운영의 적정성 등을 들여다보게 된다. 은행의 이사회 구성 및 현황을 보여주는 서면 자료를 수시 또는 정기적으로 점검해 취약 요인 등도 파악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또, 금융지주를 포함해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이사회 의장과 고위급 간담회도 상반기와 하반기에 나눠 실시할 예정이다. 내달부터 은행들을 대상으로 상시 면담을 실시해 상시 감시 및 검사 등으로 파악된 은행별 지배구조 취약점, 내부 통제, 리스크 관리 등을 논의하고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제기준 및 해외 은행 등을 참고해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사례의 확산을 유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은행 지배구조 전반에 관한 업계 자율 모범 규준이나 감독 당국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경영관리 평가 시 은행 지배구조 관련 평가 항목을 확대 개편하고 이사회 구성 및 운영, 사외이사 선임 절차, 경영승계 절차 등에 관한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평가의 일관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한편 금감원이 금융사의 공공성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감시 기능을 강조하고 있지만,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어디까지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지주 한 고위관계자는 "이사회에 대한 개입이 오히려 이사회의 독립성을 해치고 정부 입맛에 맞는 의사결정을 유도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금감원은 금융지주 이사회의 간담회 정례화를 두고 일부에서 관치 논란이 일자 정기적 소통은 국제기구의 권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국제기준을 반영해 코로나19 이전까지 감독당국과 은행 이사회 간의 교류를 확대하는 추세에 있었다"며 "금감원장과 은행지주·은행 이사회 의장과의 간담회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