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가짜 친환경 바로 잡는다”…칼 꺼내든 정부·국회
해외 주요국 비해 국내 그린워싱 규정 미비 그린워싱 적발 건수 대부분 솜망방이 처벌
2024-04-04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정부와 국회가 '그린워싱' 방지를 위해 칼을 꺼내들고 있다. 그린워싱 제재 수위를 강화하는 전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국내의 경우 그린워싱에 대한 규제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 공정거래위원회, 국회 등이 그린워싱 근절에 나서면서 향후 국내에서 부당 환경성 표시·광고는 한층 감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워싱은 기업이나 단체에서 허위·과장 광고 또는 선전, 홍보수단 등을 활용해 제품을 친환경적인 모습으로 포장하는 ‘위장환경주의’를 뜻한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지난 1월 ‘자원순환·기후 분야 업무계획’을 통해 환경성 표시·광고 규정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환경기술산업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가 현행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에 따라 거짓‧과장의 표시‧광고 부당성을 조사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고의성 입증이 어려워 솜방망이에 그치는 실정이다. 최근 3년간 국내 그린워싱 적발 건수는 4940건으로 이 중 4931건(99.8%)은 불이익이 없는 행정지도 처분을 받았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해 환노위 상정을 목전에 두고 있다. 내용의 주요 골자는 ‘친환경’과 같은 포괄적이고 모호한 표현으로 규정 위반 시 300만원을 부과한다. 같은당 김용민·노웅래 의원도 비슷한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린워싱을 판단하는 기준을 올해까지 정하기로 했다. △인체 무해 △안전성 입증 등의 광고에 대해 입증 책임을 하도록 제도를 손볼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ESG 펀드 공시기준을 세우기 위해 학계 및 자산운용업계와 함께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그린워싱 제재 강화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녹색 청구 지침(Green Claim Directive, GCD)’을 마련했다. 지침에 따르면,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녹색, 지속 가능성 등 친환경 표시를 할 때, 독립적인 제3기관의 과학적 근거를 받아야 한다. 위반 시, 연간 매출의 최대 4%까지 벌금이 부과된다. 일정 기간 정부 구매 입찰과 공공 자금 조달에서 열외된다. 영국은 2021년 9월 경쟁시장청(CMA)에서 ‘친환경 주장 지침’을 공개했다. 해당 지침은 기존 소비자 보호 규정과는 별개로 기업이 ‘친환경’ 제품임을 입증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기준을 담았다. 미국은 연방무역위원회(FTC)가 지난 1992년 ‘그린가이드’를 발표한 이래 지속적인 보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친환경 표시 제품의 구체적인 기준을 발표했다. 호주증권투자위원회(ASIC)는 지난해 에너지 기업 ‘틀루(Tlou)에너지’에 그린워싱을 명목으로 벌금 한화 약 4743만원을 부과했다. 유통업계는 그린워싱 규제 강화 취지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은 고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임과 동시에 사회적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직한 기업 활동과 올바른 소비를 위해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마련되는 것은 좋은 취지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품의 효능과 사회윤리적 가치를 모두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그린워싱 관련 법제화가 추진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와 글로벌 기준을 맞추면서도, 기업의 건전한 지속가능경영을 유도할 수 있는 방향의 법안이 제정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