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IT업계, 챗GPT 종속 우려 솔솔
스타트업, 챗GPT 활용 활발
높아지는 챗GPT 의존도 경계
2024-04-04 신지하 기자
매일일보 = 신지하 기자 | 국내에서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AI의 챗GPT 활용 사례가 크게 늘어나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상반된 시선을 보이고 있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된 챗GPT를 자사 서비스에 연계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오픈AI의 정책 향방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최근 자사 챗봇 서비스 '아숙업(AskUp)'에 오픈AI의 차세대 초거대 언어 모델(LLM) GPT-4를 도입했다. 아숙업은 챗GPT를 기반으로 업스테이지의 광학문자판독(OCR) 기술을 결합, 사용자가 문서의 사진을 찍거나 전송하면 이미지 내 텍스트를 이해하고 답변하는 카카오톡 채널이다. 업스테이지 관계자는 "오픈AI와의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오픈AI가 공개한 GPT-4는 기존 챗GPT 대비 인식 및 추론 능력이 대폭 향상됐다. 텍스트부터 이미지·음성 등을 인식하는 멀티모달 기능까지 탑재했으며,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와 카카오의 '코GPT' 등 국내 초거대 AI 모델에 비해 부족하다고 평을 듣던 한국어 실력도 대폭 향상됐다. 오픈AI는 AI 성능을 좌우하는 GPT-4의 파라미터(매개변수) 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전 모델(GPT-3·3.5 파라미터 1750억개)보다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챗GTP를 활용하는 곳은 스타트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픈AI가 챗GPT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공개한 이후 카카오톡, 라인 등 메신저는 물론 토스 금융 애플리케이션까지 다양한 서비스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인 LG유플러스도 지난달 28일 소상공인 특화 상품 패키지인 '우리가게패키지' 전용 앱에 챗GPT를 탑재, 현재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오픈AI의 챗GPT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기업이 자사 서비스에 GPT-3.5 API를 사용하려면 오픈AI에 토큰(AI가 이해하는 언어 단위) 1000개(영단어 750개)당 0.002달러(약 3원)를 지불해야 한다. 반면 GPT-4는 같은 양이라도 15배가량 더 비싼 0.03달러(약 39.3원)를 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픈AI가 챗GPT 사용료를 마음대로 올려도 이를 무조건 따라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은 물론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 초거대 AI 모델 기술 경쟁이 가속화하는 만큼 오픈AI라는 하나의 업체가 관련 시장을 독점하는 것은 불가능다는 시각도 있다.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국내외 빅테크 업체들이 앞다퉈 초거대 AI 모델에 대한 투자와 서비스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승자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오픈AI가 챗GPT 사용료를 크게 올리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빅테크 간 경쟁이 이를 수요로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더 늘어나는 등 더 많은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