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중규모 건설현장 사망사고 50% 증가… 중대재해법 '유명무실'
올해 1분기 중규모 건설현장 24명 사망, 지난해 16명보다 늘어 산업재해 사망자 874명… 중대재해법 실효성 두고 '설왕설래'
2023-04-04 최재원 기자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올해 들어 중규모 건설공사에서 발생한 사망사고가 증가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재해 예방 효과에 대한 지적이 흘러나온다. 일각에서는 ‘엄벌 만능주의’가 중대재해를 줄이는 데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소·중견 건설사가 시공하는 공사금액 50억~800억원 현장의 사망자는 24명으로 지난해 16명에서 50% 급증했다. 이에 고용부는 2분기 불시감독에 집중해 추락 등 핵심 사망사고 위험요인과 관련한 안전수칙 위반사항에 대해 즉각적인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서울 성수동의 복합상가 건물 신축 현장의 지하 1층 배기 통로에서 배관 작업을 하던 50대 남성이 지하 6층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고 건설업체가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등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또한 지난달 26일에는 경기 구리시의 한 공사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사고로 숨져 지상 1층 엘리베이터실 개구부에서 7m 아래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난 현장은 공사금액이 50억원 이상이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 지난달 지난 11일에는 경기도 이천시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가 천공기에 부품을 장착하다가 회전하는 부품에 몸이 끼여 다쳤다. 그는 근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다. 이에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 오히려 사망자가 늘어난 것을 두고 법 실효성에 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고용부가 지난달 2일 발표한 ‘2022년 산업재해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사망 현황’을 보면 지난해 산재 사고 사망자는 874명으로 전년(828명)보다 46명 증가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건설업이 402명으로 가장 많고 제조업 184명, 서비스업 150명, 운수·창고·통신업 104명이 뒤를 이었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증가한 것은 지난해 화재·폭발, 무너짐 등과 같은 대형 사고(2명 이상 사망)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대형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39명(13건)으로 지난 2021년 22명(8건)에서 77.3% 증가했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6일 고용부 주최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에서 “수사가 장기화하고 재판 결과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할 때 처벌 수준을 높여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사고가 발생한 뒤 수사하기보다는 미리 현장에 나가 위험·유해 작업을 멈추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해에도 사고사망만인율이 유지되는 등 최근 정체된 사고사망만인율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려면 그간의 처벌과 규제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자기규율과 엄중 책임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의 사고사망만인율을 목표로 로드맵 과제 이행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대재해 규정이 모호하고 책임자를 특정하거나 혐의를 입증하기도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한 사건은 229건이지만 법 위반으로 처벌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34건이 검찰에 송치됐지만 실제로 기소된 건 11건으로 재판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현재 고용부는 중대재해처벌법령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한 상태로 TF는 오는 6월까지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