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양곡관리법 거부…"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종합)
4일 국무회의서 취임 후 '1호 거부권' 행사 "혈세로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일방적 통과 유감" 민주 "농심 짓밟고 국민 요구 깡그리 무시" 반발
2024-04-04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포퓰리즘 법안"이라 비판하며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후 '1호 거부권'으로, 향후 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국회를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은 방송법, 간호사법 등의 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잇따라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강 대 강'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이 법안은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정부의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막대한 혈세를 들여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더라도 이렇게 쌀 생산이 과잉되면 오히려 궁극적으로 쌀의 시장 가격을 떨어뜨리고 농가 소득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한다"며 "관계부처와 여당도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검토하여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또 "그간 정부는 이번 법안의 부작용에 대해 국회에 지속적으로 설명해 왔으나 국회에서 제대로 된 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 농정의 목표는 농업을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발전시켜 농가 소득을 향상시키고, 농업과 농촌을 재구조화해 농업인들이 살기 좋은 농촌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업과 농촌을 농산물 가공산업 관광과 문화 콘텐츠를 결합해 2차 3차의 가치가 창출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부결된 후 '재의요구안'을 재가하며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냈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15일 이내 이의서를 첨부해 국회로 이송되며,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통과된다. 재의결된 법안은 대통령이 다시 거부할 수 없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들은 총 66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45회를 행사했으나 이후에는 극히 행사를 자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5회, 노태우 전 대통령이 7회, 노무현 전 대통령이 6회, 이명박 전 대통령이 1회, 박근혜 전 대통령이 2회 거부권을 행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없었다. 이번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지난 2016년 5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상임위의 상시 청문회 개최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7년 만이다. 아울러 2013년 1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대중교통법 개정안을 '혈세 퍼붓는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유사하다. 윤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에 민주당은 즉각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연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화 시대 이후 민생 입법을 거부한 첫 대통령"이라며 "절박한 농심을 짓밟고 민생을 챙기란 국민 요구를 깡그리 무시했다"고 분개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칼날처럼 휘두른 1호 거부권은 입법부인 국회를 겁박해 통법부로 전락시키려는 입법권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국회가 재투표를 하게 될 때 반드시 양심에 따라 용단해 달라. 앞으로도 쌀값 정상화,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위헌적 입법 폭주에 대한 당연한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 발동"이라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환영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양곡관리법은 국회에서 법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며 "농민을 위한 법도, 국가와 국민을 위한 법도 아니라, 문재인 정권의 농정 실패를 감추려는 민주당만을 위한 법"이라고 비난했다. 또 "쌀 의무 매수를 강제해 우리 미래 농업 경쟁력을 파괴하고 농업 분야 내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한정된 농업예산을 낭비하는 '위헌적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국가와 국민의 이익은 내팽개치고 당리당략만 관철하는 민주당의 '위헌적 입법 폭주'를 헌법상 부여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으로 막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개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