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무늬만 친환경…유통街, ‘ESG 열풍’ 명과 암

‘그린워싱’ 근절 위해 빨라지는 법제화 지난해 4558건 적발, 전년 比 17배 ↑

2023-04-04     강소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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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열풍 속 친환경 사업이 기업의 경쟁력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국내 유통기업들이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제품 효과를 거짓으로 표기하거나 부풀린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은 올해 그린워싱 관련 법안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업의 관행을 근절한다는 방침이다.

그린워싱은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영화·연극 등에서 백인이 흑인 역할을 맡아 흑인의 존재감을 지우는 용어인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을 합친 신조어다. 실제로는 친환경이 아니지만, 친환경적인 것처럼 속여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뜻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비자를 대상으로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60% 이상 제품 구매시 ESG활동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ESG 활동에 부정적인 기업의 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도 70%에 육박했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가며 실제 매출 신장에 도움이 되자 일부 기업들은 과장·거짓 광고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일도 빈번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환경성 표시·광고로 지난해 적발된 건수는 4558건으로 2021년 적발 건수(272건)의 16.7배에 달했다.

지난해 시정명령 조치를 받은 제품은 총 4건으로 이 중 3건은 물티슈였다. 나머지 1건은 영유아가 쓰는 목욕완구 제품이었다. 물티슈 제품 3건은 ‘친환경’ 문구를 표기하거나 ‘자연생분해 가능’, ‘유해물질 없는 안전한 제품’이라는 문구를 표기해 문제가 됐으며, 목욕완구 제품은 ‘무독성’이라는 문구를 표기해 제재를 받았다.

환경부는 최근 발표한 '자원순환·기후 분야 업무계획'을 통해 환경성 표시·광고 규정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올 상반기 중 환경기술산업법 개정을 추진한다. 앞으로 ‘친환경’이나 ‘무독성’ 같은 포괄적 표현으로 규정을 위반하면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그린워싱을 판단하는 기준을 올해 안에 마련하기로 했다. ‘인체 무해’, ‘안전성 입증’ 등의 광고에 대해 증명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금융감독원도 그린워싱을 예방하기 위해 최근 신용평가사가 ESG 채권을 인증 평가할 때 판단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린워싱에 대한 고의성 입증이 어려워 단순 부주의에 따른 행정지도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정부가 그린워싱 근절을 위해 규제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규제와 함께 친환경 여부를 인증할 수 있는 기준이 조금 더 명확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