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벼랑 끝 내몰린 대중국 무역적자, 수출전략 치밀하게 다시 짜야
매일일보 | 6개월째 이어진 수출 감소에다 13개월째 계속되는 무역적자로 미증유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지난 30여 년간 줄곧 흑자를 냈던 대(對)중국 무역이 올해 들어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4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637억 8,700만 달러) 대비 13.6% 감소한 551억 2,500만 달러, 수입은 전년 동월(638억 1,100만 달러) 대비 6.4% 줄며 597억 4,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46억 2,1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 줄었다. 6개월 연속 감소는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았던 2020년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연속감소 이후 무려 2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우리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85억 9,800만 달러로 전년 동월(131억 1,900만 달러)대비 약 34.5%인 45억 2,100만 달러 감소하면서 2023년 3월 수출 감소(-86억 8,000만 달러)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3월부터 13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13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계속된 것은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 연속 적자 이후 무려 25년 만에 처음이다.
이로써 올해 1분기 수출은 1,515억 1,200만 달러로 지난해 1분기의 1,733억 9,800만 달러보다 12.6%가 줄었다. 1분기 수입은 1,740억 5,200만 달러로 작년 1분기의 1,779억 달러에 비해 2.1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올해 1분기 무역수지는 225억 4,000만 달러 적자로, 작년 1분기 적자폭 45억 200만 달러보다 대폭 늘어나 세달 만에 지난해 무역적자 447억 9,000만 달러의 절반을 넘어 50.32%에 달했다. 정부의 전망처럼 수출 여건이 좋아지지 않을 경우, 올해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편 중국은 1992년 수교 이후 30년간 우리의 달러박스로 여길 정도의 무역 흑자국이었으나 이제 그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어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 적자국이 됐다. 올해 대(對)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1월 39억 7,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같은 달 최대 무역 적자국에 올랐다. 한때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국 1위였던 중국이 이제는 무역수지 적자국 1위로 변하고 있다. 여기에 2월 적자 11억 4,000만 달러, 3월 적자 27억 7,000만 달러를 합산하면 규모가 무려 78억 8,000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2억 1,300만 달러 흑자국이었음을 감안하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천연가스와 원유를 수입해오면서 그동안 최대 무역 적자국이 됐던 호주와 사우디아라비아를 훌쩍 넘어섰다. 올해 들어 누적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 규모인 225억 4,000만 달러인데 중국이 무려 34.96%나 차지한다. 4월에도 적자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대로 대(對)중국 무역적자가 고착화(固着化)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중국이 최대 무역 적자국이 된 것은 어느 정도 예견은 됐다. 5년 전인 2018년까지만 해도 중국은 확실한 무역 흑자 1위(556억 3,600만 달러) 국가였다. 그러다 2019년 2위(289억 7,400만 달러)로 내려앉은 뒤 2020년 3위(236억 8.000만 달러)에 이어 2021년에도 3위(242억 8,500만 달러)로 점차 떨어지더니 지난해에 순위가 22위(12억 1,300만 달러)까지 내려앉았다. 급기야 올해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연간 적자를 낸 건 1992년(10억 7,000만 달러)이 마지막이다. 이러다가 31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의 대(對)중국 무역 부진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중국의 수출액은 세계 1위였다.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면 중국에 중간재와 부품 등을 수출하는 우리의 대(對)중국 수출도 더불어 늘어나 서로 윈-윈(Win-Win)하는 무역구조였지만 지난해엔 이런 구조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는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도 모자라 아예 최대 적자국이 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국가 봉쇄정책을 편 것이 대(對)중국 무역에 큰 차질을 가져왔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봉쇄정책 탓으로만 돌리긴 어려운 구조적 요인과 함께 매우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고 봐야 한다.
대중대(對)중국 수출 부진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단기적으론 중국 경제의 침체를 들 수 있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0%에 그쳤다. 석유와 석탄 등 에너지원까지 포함한 수입 증가율은 1.1%였다.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화장품 등 소비재 수출이 크게 줄어들고 한한령(限韓令) 같은 각종 규제로 한국 게임 등이 중국 시장에서 대부분 밀려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중 간 수출 상관관계를 약화시키는 ‘미국에 맞선 전략적 자주성 견지’와 ‘디커플링(Decoupling │ 탈동조화) 현상’ 심화에 있다. 지난 3월 28일 무역협회는 ‘최근 수출 부진 요인 진단과 대응 방향 브리핑’을 통해 “중국의 수입 둔화는 내수와 서비스 중심 성장, 생산 자급 능력 향상이 원인”이라며 “한국의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 후 수출하는 상호 보완 관계가 약화됐다.”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자국의 산업구조를 신속히 재편함에 따라 이제 동일 품목을 우리와 수출 경쟁하는 사례가 빠르게 많아졌다. 중국은 그동안 반도체 기계설비 등 중간재를 수입해 완성품으로 만들어 파는 구조가 많았는데, 필요한 중간재 국산화에 박차를 가해 한국으로부터의 수입 수요를 크게 줄인 것이다. 중국은 배터리 소재인 정밀화학, 무선통신 부품 등 중간재 분야에서 지난 2년 연속 두 자릿수 수출증가세를 보이며, 중국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중간재가 강세로 성장했다. 더는 한국의 중간재를 수입해 완성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보완 관계에 있지 않다.
지난해부터 생명과학, 광학 등 하이테크 교역에서도 흑자를 내기 시작했고, 중국의 만성 적자 품목인 자동차 부문에서도 전기차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세계 2위 수출국에 오르며 자동차 수출액도 우리를 넘어섰다. 첨단소재, 컴퓨터·통신 등 하이테크 9개 분야 중 7개 분야에서 중국의 흑자가 확대되거나 적자가 축소됐다. 이렇듯 수출 자급도를 빠르게 끌어 올리면서 지난해 중국의 교역은 세계 무역 5대 강국 중 수출 증가율은 2위, 수입 증가율은 최하위로 무역구조가 점차 자립·내수형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렇듯 중국은 기술 개발과 성장을 통해 외국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는데 한국은 소재 원료 등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산 수입을 줄이기 쉽지 않다. 이차전지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전구체나 수산화리튬 등의 중국 수출 물량 가운데 57~76%가 한국으로 향한다. 반도체도 전체 수출의 40%가 중국으로 가지만,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저사양 시스템 반도체 등의 물량도 전체 수입액의 30%가량 된다. 중국이 저가·범용 제품이 아닌 고부가 가치 분야에서도 우리의 턱밑까지 따라온 것이다.
무엇보다도 첨단 중간재와 고급 소비재 수출 증가로 중국의 무역이 고도화되면서 같은 산업군 내 유사한 재화의 수입과 수출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현상인 ‘산업 내 무역(Intra-industry trade)’이 한국과 중국 간에 높아지고 있다. 중국과의 기술 경쟁력 격차를 유지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설 자리가 급격히 좁아진다. 이를 가볍게 보거나 간과해서는 결단코 안 된다. 비상하고 엄중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은 적자와 흑자를 떠나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다. 무역으로 나라 경제를 꾸려가는 한국으로서는 중국과의 교역이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작금의 대(對)중국 무역적자의 근본적 원인은 중국의 산업고도화에 따른 한국의 기술 우위 상실에서 시작되었음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이 대중 수출을 늘리고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도모하려면 중국에서 수입이 늘어나는 분야로 수출 품목을 바꾸고 기존의 한·중간 상호 보완적 교역을 수평적 윈-윈(Win-Win) 관계로 승화시켜야만 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대(對)중국 관계가 악화한 것도 반추해봐야 한다. 중국이 지난 10일 주요 40개국에 대해 단체여행 금지를 풀어주면서 한국을 제외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경제는 벼랑 끝에 내몰린 대(對)중국 무역적자 위기 국면에 봉착하고 있다. 대(對)중국 무역을 되살릴 대책 마련이 화급한 이유다. 전략부터 치밀하고 촘촘하게 서둘러 다시 짜야 한다. 경제는 심리이고 정책은 타이밍이다. 첨단 기술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절대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 발굴하고 서둘러 늘리는 것도 시급하다. 중국이 수입하는 주력 품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 이에 대한 정부 지원도 의당 필요하다. 무엇보다 미·중 패권 경쟁 등 정치적 이유로 우리 기업의 중국 진출과 활동이 위축되거나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고 유연한 외교적 노력도 당연히 동반되어야 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