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빚투’ 과열 연일 최고치 경신

증권사 신용융자잔액 19조원 육박 개미들, 코스닥 테마주 중심 '몰빵' 거래대금 증가폭도 코스피 추월해

2024-04-05     이광표 기자
개인투자자들이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잠잠했던 '빚투' 개미들이 최근 다시 돈을 빌리고 있다. 코스닥 신용잔고가 지난 2020년 11월 이후 약 2년 4개월만에 코스피 신용잔고를 추월하면서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을 정도다. 2차전지 관련주 및 인공지능(AI) 관련주 중심으로 종목 장세가 연출되면서 코스닥 ‘빚투’도 급증하는데 전문가들은 과열양상을 나타내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8조7690억원으로 연초(16조5311억원) 대비 13.53%(2조2379억원)가 증가했다. 이는 연중 최고치다. 시장별로 코스닥 시장에서의 신용공여 잔고 규모는 9조6722억원으로 유가증권 신용공여 잔고(9조968억원) 대비 5753억원이 더 많다.
 
코스닥 신용잔고는 연중 최고 수준으로 유가증권 잔고를 추월한 것은 지난 3월 8일 처음이다. 이후 3월 22일 이후로는 현재까지 9거래일 연속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 신용잔액이 대폭 늘어난 건 올해 들어 코스피보다 코스닥 시장이 강세를 보였던 점과 거래대금이 급증한 영향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최고 11%까지 오르는데 그쳤지만, 코스닥은 25%까지 상승했다. 거래대금도 30일 기준 코스닥은 15조763억원으로 코스피(10조3588억원)에 비해 50% 더 높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에는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형주가 몰려 있어 신용 융자 잔액은 통상 주가가 비싼 코스피가 더 크다"면서도 "하지만 지난 2020년 같은 증시 활황기에는 중소형 종목 주가가 오르며 코스닥의 신용 융자가 더 많아지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최근 주식 시장이 뚜렷한 방향성 없이 종목장세가 연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초래됐다.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들 중 정책 테마와 관련이 있거나 AI 및 2차전지 관련주의 급등이 이뤄지면서 투자자들이 앞다퉈 빚투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 중 신용비율이 10%를 넘는 기업은 14개사에 달한다. 선광이 12.24%로 가장 높고 우리넷(11.82%), MDS테크(11.57%), 제주반도체(11.45%), 오픈베이스(11.18%), KBG(11.11%), 다우데이타(11.05%), 모아데이타(10.82%), 티사이언티픽(10.80%), 휴마시스(10.74%), 나무기술(10.62%), SM Life Design(10.48%), 인포뱅크(10.43%), 희림(10.20%) 등이다. 이 외에도 신용비율이 6%를 넘는 기업은 102개사에 달한다. 이들 종목 상당수가 AI 등과 연관돼 있다.
 
코스닥 시장이 과열양상을 띄우면서 투자자들의 주의도 요구되고 있다. 일부 종목들의 경우 주가가 크게 급등하면서 하락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주가가 급락할 경우 담보로 잡은 주식의 반대매매가 이뤄져 주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어 우려된다.
 
증권사의 담보비율은 통상 140% 정도다. 주가가 떨어져 담보비율이 낮아질 경우 돈을 빌려준 증권사는 추가로 주식을 매수해 담보비율을 맞출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투자자가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는 자산을 회수하기 위해 임의로 주식을 매도하는데 전날 종가 대비 20~30% 낮은 금액으로 매매가 이뤄진다. 즉 주가하락은 증권사의 담보주식 매도로 이어지고, 주가가 추가적으로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신용잔고가 많은 것은 주식시장에 부담이지만 시가총액 대비로 보면 거래소와 코스닥 모두 지난 5~6년 평균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라며 “다만 일부 테마에 집중돼 있다는 위험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