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부 지원책 ‘대기업 집중’…中企 호소 커져
3高 복합위기·보호무역 강화로 첨단산업 역량 확보 ‘숙제’ 반도체 장비 수입 의존률 75%…소부장 中企 강화가 ‘핵심’
2024-04-06 김원빈 기자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정부의 핵심 산업 지원 정책이 대기업에만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포함한 산업계 전반은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 글로벌 복합위기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대란 사태의 여파가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크레딧스위스(CS) 사태 등으로 국내 시장의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돼 ‘새내기 기업’인 벤처·스타트업 경영 조차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이다. 벤처·스타트업계는 이미 올해 모태펀드 예산 대폭 축소로 ‘투자 혹한기’를 겪고있다. 이 가운데 정부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의 그림자가 엄습하며 각 주요국이 첨단산업 기술과 노하우의 외부 유출을 적극적으로 막고 있는데 따른 조치다. 특히 반도체 분야 생태계의 주도권을 선취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실제 미국은 작년 10월 미국 기업이 특별한 허가 없이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가 필요로 하는 장비와 첨단 반도체를 팔지 못하도록 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미국의 반도체과학법(CHIPS Act)의 보조금 지급 ‘가드레일’의 세부 규정안을 공개하며 한국을 포함한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에 나섰다. 유럽연합(EU)도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 공개로 EU 중심의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해당 법은 유럽 내 신재생에너지·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핵심 원자재 생산 과정을 일정 비율 이상 유럽에서 진행하고, 단일 제3국에 원자재 수입을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리 정부도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목표로 반도체특별법(K-칩스법), 각종 전력 등을 잇따라 발표하는 등 국내 반도체 산업 역량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ek. 산업계에서는 반도체 산업 육성에 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각종 지원책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중심으로 편성돼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탄탄한 생태계가 결국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첨단산업의 특성상, 이들 생태계를 선행해 강화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국내 소부장 생태계는 대부분 중소기업이 구성하고 있다. 작년 한국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은 연간 반도체장비 구매금액의 80% 이상을 글로벌 5대 반도체장비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의 소부장 기술자립도는 20%에 불과하다. 이같은 추세 속 정부가 1월 발표한 ‘반도체 등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강화방안 추진’에는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투자에 대해 중소기업의 각종 세제 혜택을 확대한다는 간접적인 지원 방안이 담기는데 그쳤다. 이어 3월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 이행전략’에서 소부장 중소기업을 특정한 지원 정책은 △현지 진출 지원거점 마련 및 △수요기반 기업간 거래(B2B)협력 지원 프로젝트 등에 불과했다. 반면, 전통적인 소부장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은 산업역량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일본은 대·중소기업과 협력해 대만 TSMC의 연구개발(R&D) 시설을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정부는 전체 사업비의 절반 가까이인 약 2000억원을 직접 부담했다. 이에 국내 업계에서는 미국·EU·중국·일본 등 소부장 선진국과 같이 소부장 중소기업 생태계를 견인할 수 있는 적극적인 지원과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 지원과 세제혜택 등 간접지원은 국내 중소기업 생태계에서 산업역량 자체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높이 평가되나, 대기업에 편향된 지원책이 없도록 하고,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균등한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