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바보야, 문제는 의원 정수가 아니야

2023-04-06     조현정 기자
조현정

국회의원 정수에 대한 정치권의 발언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늘리자는 쪽과 줄이자는 쪽이 존재한다. 지난해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24.1%였다. 독보적으로 하위권인 상황에서, 늘리자는 이야기를 하면 하는 일도 없는 국회의원 수만 늘린다며 핀잔이 바로 돌아올 것이다.

이 때문에 차라리 100명 정도 줄이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의원들의 포퓰리즘에 기반한 발언이 결국 자신들을 향하는 화살이라고 생각을 할까 싶기는 하지만 아마 그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늘을 살기 위해 인기에 영합하는 발언이라는 점을 말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국회의 문제는 의원 정수가 아니다. 역량이 문제다. 의원 개인 수준의 문제도 있지만, 국회에서 의원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구조의 한계로 인해 국민 신뢰도는 계속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국회 사무처에 해당하는 미국 상원의 상원위원회 지원 인력은 약 1341명, 하원의 위원회 지원 인력은 약 1363명이다. 미 의회 조사처의 인력은 약 600명이고 의회 예산처 인력은 2012년 기준으로 약 240명이다. 사실상 의회 기관인 회계검사원의 인력은 2013년 기준 약 2869명에 이른다. 반면 우리 국회의 사무처는 2021년 37명을 겨우 증원했다. 이마저도 2016년 이후 5년 만의 증원이었다.

사실상 지금까지 국회는 국민적 비난과 불신을 받을 만큼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내지 못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통령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국회의 중요성은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부가 비대해져 권력이 집중되고 이로 인해 권력 분립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입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입법부는 정부가 국민의 자유, 인권을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국정을 운영하더라도 그 상황을 저지하기 어렵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치는 입법부의 역할을 망각하고 오로지 다음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까만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러한 정치적 현실은 정책 연구 단체의 멸종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정책은 국가 연구소 또는 기업 연구소와 민간 싱크탱크 기반으로 마련돼 왔다. 민간 싱크탱크는 진보와 보수의 이론을 정립하고 정치, 사회, 경제에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그 가치의 차이로 인해 방향성이 다를 수는 있지만 충실한 연구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감 없이 논의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민간 싱크탱크의 인사들 일부는 정치권으로, 일부는 공익적 논의의 장에서 사라졌다. 

사회의 건전한 발전에는 민간 싱크탱크의 역할이 상당할 수 있다. 국가나 기업 연구소에서 주장하기 어려운 선진적 제도나 법제에 대해 탄탄한 이론적 지식을 기반으로 선도하는 주장을 할 수 있었고 이러한 민간 싱크탱크의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진보와 보수 정당이 국회에서 논의했다. 지금 민간 싱크탱크는 멸종에 가깝다. 

포퓰리즘에 사로잡힌 정치인을 향해 돌을 던지기에 앞서 대한민국 민간 연구소의 현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의원 정수가 늘어야 하는지 줄어야 하는지, 보좌진을 포함한 국회 지원 인력을 늘려야 하는지 줄여야 하는지 대해 깊이 연구해 공론화 할 수 있는 민간 싱크탱크의 부활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