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반도체 이어 제조업계까지 전력반도체 시장 잡기 나서
삼성·SK·LX·DB 이어 현대차·한화 등 제조업 기업도 전력반도체 사업 진출
2024-04-06 여이레 기자
매일일보 = 여이레 기자 | 삼성·SK·LX·DB와 같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 이어 현대차·한화 등도 전력반도체를 향한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전력반도체는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분야로의 활용이 증가하면서 수요 역시 성장세다.
6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포트링커에 따르면 전기차가 내연차량을 대신해 새로운 주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리포트링커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에 2조7000억 달러(약 3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18년 테슬라가 모델3에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를 첫 도입했고, 오는 2025년에는 대부분의 전기차에 SiC 전력반도체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SiC 전력반도체는 첨단소재 분야 중에서도 기술 난이도와 진입 장벽이 높다. 고객 맞춤형 소량생산 방식으로 형성된 시장 특성상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맞게 최적화된 칩을 설계할 수 있는 기술력이 밑바탕 돼야 하고, 고온 공정을 제어하는 생산 노하우도 필수다.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전력반도체 1위 기업인 독일의 인피니언으로부터 전력반도체 생산물량을 수주했다. 이어 DS(반도체) 사업부문에 ‘전력반도체 테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전력반도체 시장 선점에 나섰다.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한 전장 분야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공들이는 미래사업 분야이기도 하다. 이재용 회장은 그동안 삼성전기 부산사업장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삼성전자 천안·온양캠퍼스 등을 찾아 전장용 기판·디스플레이, 전장에 적용되는 반도체 패키지 기술 등을 직접 살피기도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경기 변동에 예민한 메모리 사업의 매출 비중이 60~70%를 차지한다. 이에 삼성전자가 전력반도체 등을 통해 메모리 불황기에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새로운 사업 구상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전력반도체 TF는 SiC·갈륨나이트라이드(GaN) 등 업계에서 대세로 떠오른 ‘화합물’ 기반 전력반도체 구현 가능성을 분석하고 있다. 파운드리 라이벌인 대만 TSMC가 지난 2020년 이미 GaN 반도체 생산 사업을 시작한 만큼, 삼성 파운드리와 연계한 사업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으로 관측된다.
8인치 SiC·GaN 공정 개발을 위한 설비투자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는 이미 1000억~2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 개발을 넘어 시제품 양산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K그룹은 국내 유일의 웨이퍼 생산업체인 SK실트론을 통해 전력반도체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오는 2025년까지 차세대 전력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SiC 웨이퍼의 생산량을 지금의 17배로 늘릴 계획이다.
또, 2024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8인치 SiC 웨이퍼를 연구개발 중이다. 전력반도체 설계·제조 기업 SK파워테크닉스는 SK파워텍으로 사명을 바꿔달고 시장 진출에 나섰다.
SK파워텍은 앞으로 신규 제품 개발 및 추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기존 포항 공장을 부산으로 이전해 오는 4월부터 신규 공장에서 상업 생산을 개시할 예정이다. 연산 웨이퍼 2만9000장 규모로 기존 대비 생산 규모를 3배 늘렸다.
LX세미콘은 지난 2021년 말 LG이노텍에서 SiC 전력반도체 소자 설비와 특허 자산 등을 사들이며 차세대 전력반도체 사업 진출의 신호탄을 올렸다. 전력반도체 동작 수명과 안정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핵심 소재 ‘방열기판’이 LX세미콘의 중요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떠올랐다. 방열기판 시장은 오는 2026년까지 연평균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DB하이텍 역시 물적 분할을 통해 차세대 전력반도체 사업 진출을 공식화할 계획을 세웠다. SiC, GaN 전력반도체 생산에 착수했다. 일찌감치 전력반도체 시장에 나선 DB하이텍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시장이 침체됐던 지난해 4분기에도 3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현대차·한화 등 제조업 중심 기업들은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세대 전력반도체 사업을 준비 중이다. 지난 2020년부터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현대차는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SiC 전력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전기차와 아이오닉 5에 자체 개발한 SiC 전력반도체를 탑재하기도 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가 현대오토론 반도체 사업 부문 인수를 진행했다.
한화그룹은 GaN을 활용한 차세대 전력반도체 개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21년 한화테크윈 시스템온칩(SoC)팀을 물적 분할해 설립한 비전넥스트는 설계 전문가로 평가받는 우정호 전 LG전자 상무를 대표로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