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오리온, ‘옥에 티’는?

국내‧외 제과, 역대급 호조…‘신사업’ 제주용암수, 걸림돌 되나 진입장벽 등 악재…경도 차별화‧해외 공략‧편의성 강화 ‘안간힘’

2023-04-06     김민주 기자
사진=오리온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전성기를 맞이한 오리온에게 ‘생수’가 옥에 티로 남았다.

오리온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매분기 역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해외 제과 법인들을 앞세워 매출과 영업이익 동반 상승세를 그리며 그룹 전체의 실적 호조세를 견인 중이다. 가파른 성장 가도 속, ‘제주용암수’가 걸림돌이 됐다.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 과정에서 신수종 사업으로 야심차게 내놨던 제주용암수는 기대 이하의 실적에 머물며 ‘아픈손가락’으로 전락했다. 6일 주식회사 오리온제주용암수의 지난 4개년도 포괄손익계산서 기준으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총손실과 영업손실은 2019년 2억3812만원, 26억5872만원에서 2020년 24억9223만원, 45억3918만원으로 불어났다. 2021년엔 매출총손실 3억7890만원, 영업손실 30억2662만원으로 전년 비 적자 폭을 소폭 줄였으나, 지난해 다시 매출총손실 12억4220만원, 영업손실 44만7972만원으로 손실 규모를 키웠다. 제주용암수가 고전을 면치 못한 이유로는 선두 업체의 공고한 시장 지위, 국내 생수 시장의 레드오션화, 프리미엄 전략의 부작용 등이 꼽힌다.  국내 생수 시장은 제주개발공사의 ‘제주삼다수’가 20여년 연속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는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 농심 ‘백산수’, 해태 ‘평창수’가 잇고 있다. 상위 4개 제품의 시장 점유율 총합은 약 70%에 이른다. 시장 진입 장벽이 낮은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물은 필수 소비재로,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는 데다, 1인가구의 증가로 수요가 지속해서 늘고 있다. 다인가구에 효율적인 정수기 대신 생수를 구독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로 2020년 1조원대를 넘어선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2021년 1조2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업계 추정치는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잠재 수익성이 커지다 보니, 식음료 업체를 비롯해 유통업체들도 생수 시장에 앞다퉈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가성비를 무기로 내세운 편의점‧대형마트‧이커머스 PB 상품을 비롯해, 국내 생수 시장에서 경쟁 중인 브랜드만 200개가 넘는다. 기존 제품 대비 높게 책정된 가격대도 문제가 됐다. 한국은 ‘물을 돈 주고 사 먹는다’는 개념이 안착된 지 얼마 안됐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색‧맛‧패키지 구분이 타 식음료 제품 대비 어려운 생수를 비싸게 구입할 이유가 충분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리온은 기존 생수 제품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시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주용암수의 특장점인 ‘경도’를 알리기 위해 소비자 이벤트, 온‧오프라인 광고 등 ‘경도 알리기 캠페인’을 전개했다. 경도는 물에 녹아있는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을 나타낸다. 분리배출 편의성과 재활용 효율성을 높인 ‘닥터유 제주용암수 무라벨’과 정상적인 면역기능에 필요한 아연이 함유된 ‘닥터유 면역수’를 출시하는 등 제품 라인업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지난 1월엔 ‘닥터유 제주용암수 앱’을 리뉴얼했다. 무게와 부피로 오프라인보단 온라인 구매가 더욱 활발한 생수 소비 경향에서 착안해, 온라인 고객만족도를 높인단 전략이다. 멤버십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고, 정기배송 고객에게는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배송 간격도 1주에서 최대 12주까지 원하는 만큼 설정한 후 쉽게 조정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해외 시장도 적극적으로 뚫는다. 지난해부턴 중국, 베트남, 러시아에 이어 싱가포르에도 수출, 현지 판매를 시작했다. 먼저 온라인 판매를 통해 제주용암수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추후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까지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다. 오리온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출국과 판매처를 확대하고 제품 라인업을 추가해, 주요 수출 품목으로 육성시킨단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