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수출기업 금고 ‘비상’…금리 인하 절실

고금리 기조 지속에 이자 ‘부담’ 中企 95% “자금 사정 악화”

2024-04-06     김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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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고금리 기조 지속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고금리로 치솟은 이자가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상황도 속출하고 있다. 수출실적이 저조한 것과는 상반되는 모양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집계한 지난해 중소기업의 수출은 1175억달러로, 전년 대비 1.7% 상승하는 데 그쳤다.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경영계는 꾸준하게 금리 인하 정책을 요구해왔다. 특히 저조한 수출실적에 고금리까지 겹친 수출기업들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을 높이기 위해 올해 수출지원 9개 사업에 약 2292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업계는 총량 중심의 수출지원 정책은 단기적인 정책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또 한국무역협회(KITA)가 수출기업 57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2차 무역업계 자금조달 및 정책금융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9.8%는 전반적인 자금 사정이 전년 대비 ‘매우 또는 다소 악화됐다’고 답했다. 이들은 자금 사정 악화 원인(복수응답 기준)으로 금리 인상(55.3%), 원부자재 가격 상승(53.9%), 매출 부진(44.7%)을 꼽았다. 응답 업체 가운데 95%가 중소기업이었다. 최근 연이은 정책금융 확대 발표에 대한 체감도에 대해 응답자의 49.4%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21%는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해당 기업들은 정책금융 신청 시 주요 애로사항으로 △지원 조건의 높은 문턱 △정보 파악의 어려움 △복잡한 신청 절차 등을 꼽았다. 정책금융 지원 외에도 49.6%의 기업들이 금리 부담 완화를 주문했다. 대출 한도 확대(34.8%)·만기상환 유예(26.9%) 등의 요청도 있었다. 기업대출도 2개월 연속 증가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10조9236억원으로 1개월 전보다 3조7512억원 늘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 대출이 2조5209억원, 대기업 대출이 1조2302억원 증가했다. 규모에 상관없이 기업들이 전체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연준이 ‘베이비 스텝’을 통해 금리 속도조절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당분간은 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전망이다. 이에 오는 11일로 예정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발표가 주목된다. 수출업체 관계자는 “수출실적 자체도 감소했는데, 금리가 계속해서 올라 영업이익보다 이자액이 더 높은 경우가 생겨 사실상 회사는 적자 상태”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침체로 인해 고금리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금도 중소 수출기업들은 고금리로 인해 껑충 뛴 이자로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수출전망이 비관적인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금리 부담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KITA가 지난해 12월 수출기업 4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애로 실태조사’ 당시에도 기업의 자금난이 드러났다. 수출기업 10곳 중 4곳은 영업이익과 맞먹거나 초과하는 수준의 이자 부담을 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응답 업체 중 42%가 연간 이자 부담액이 영업이익과 비슷하거나 초과해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58%에 달하는 기업은 자금 사정 악화가 1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가장 필요한 금융지원은 금리 부담 완화, 신규 대출 확대, 신용보증 확대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