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채發 ‘은행채 발행자제령’ 재현 우려

올해 한전채 8조5400억원 발행…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 연간 목표치 70% 소진…전기료 인상 보류로 추가발행 전망

2024-04-06     이보라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적자가 쌓인 한국전력공사가 채권 발행을 늘려 자금 확충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레고랜드발 회사채 경색을 막기 위해 은행채 발행 자제령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올해 발행한 채권은 8조5400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가량 증가했다. 이중 차환 물량이 1조3700억원이고 순발행한 물량은 7조4600억원이다. 한전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채권시장 경색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한전채와 은행채 발행 규모가 늘었고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한전채와 은행채로 수요가 급격히 쏠렸다. 일반 기업은 회사채 투자 심리가 냉각됨에 따라 자금을 조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채권시장 경색을 예방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당국은 은행권에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10월 은행채 발행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지난해 말 채권시장 안정화되면서 은행채 발행이 재개됐다. 정부는 올해 한전채 발행 잠정목표치를 지난해 3분의 1수준(12조원)으로 정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작년 말 단기 자금 시장의 교란 요인 중 하나가 한전채 등 고신용 채권이었다”며 “올해 한전채 신규 발행 규모를 관리 가능한 수준인 10조원 미만으로 하자는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전의 채권 발행 규모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전의 적자가 쌓이는 가운데 2분기로 예정됐던 전기 요금인상마저 보류되면서 자금조달 창구가 채권 발행뿐이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목표치로 잡은 채권 발행량인 12조원의 70%를 1분기 만에 소진해버렸다. 실제로 한전은 이번 주 내 5000억원 가량의 채권을 추가 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한전 측은 “한전이 회사채 발행 한도를 초과하게 되면 전력 공급망이 위태로워지고,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은 현재 8조원 규모에서 올해 말 13조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주장을 전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이날 민당정 간담회에서 전기요금 인상 지연으로 인한 한전채 발행 확대 우려에 대해 “한전채 발행이 금융시장 경색을 가져오거나 다른 회사채 발행을 구축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전채 발행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건 한전만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전체적으로 요금 정상화 시기·폭과 연계돼 있어서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이 뭐가 있는지,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회사채 발행 물량은 시장에서 원활하게 소화되고 있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전채 발행 급증에 따른 채권시장 경색이 재발할 가능성은 낮다”며 “A등급 이상 우량한 회사채는 현재 초과수요가 나올 정도로 수급이 안정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