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풀어야 韓 MSCI 선진지수 편입…‘투자자보호 강화’ 병행돼야
금감원 한발 물러섰지만...다시 불붙은 공매도 재개 논란
상환기간·담보비율 등 차별 요소 곳곳..."제도 보완 필수"
2024-04-09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공매도'가 다시 뜨거운 감자다. 최근 금융당국 수장들이 공매도 전면 재개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논의에 다시 불이 붙는 모양새다. 동학개미들은 격력하게 반발하는 분위기이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 제도 보완을 통한 재개는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 지수 편입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관건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차별적인 현행 제도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금융당국 수장들이 공매도 전면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다시 주식을 사서 주식을 빌린 곳에 갚는 투자 방식으로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주식을 상환해 차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공매도를 금지했으나 이후 지난 2021년 5월 코스피200지수와 코스닥150지수를 구성하는 350개 종목에 대한 공매도는 부분적으로 허용했다. 다만 350개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에 대한 공매도는 여전히 규제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달 29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조건이 충족되면 이르면 연내에 공매도 금지 해제를 고려할 것”이라며 “몇 달 내로 변동성이 완화되면 공매도를 재개할 수 있을지 보려 하는데 올해 안에 (공매도) 규제가 해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이 나오자 개미들이 폭발했다. 시장에서도 금융위원회와 신중한 논의와 공론의 장 없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을 너무 쉽게 판단한 발언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론이 악화되자 금감원장은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 3일 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준금리 인하 등 금융시장 불안의 근본적인 요인이 제거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매도 전면 재개는 검토하기 어렵다”고 한 발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다른 금융당국 수장들도 재개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고 있어 조만간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의견수렴 과정이 동반될 거로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31일 금융지주 회장단과 간담회 이후 “국제기준에 맞지 않게 우리나라만 금지하는 것은 조금 이상하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자본시장 육성, 국내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의 보호 육성 관점에서 공매도도 당연히 정상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공매도 규제 완화는 한국 증시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MSCI 지수 편입에 들어갈 준비가 안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는 점이 공매도 허용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블룸버그 통신은 5일(현지시간) 한국이 정부의 금융시장 개입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슐리 렌 칼럼니스트의 "아니요, 한국은 MSCI 엘리트 클럽에 대한 준비가 안 됐다"는 제호의 칼럼을 게재하고 "한국은 중국처럼 쓸데없는 참견을 좋아하는 것 같다. 다양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MSCI 지수를 상향 조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현재 MSCI는 한국을 중국, 인도 등과 함께 신흥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좀 더 안정적 시장으로 평가받는 선진국으로 분류되면 외국 기관의 적극적인 투자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금융당국이 공매도 재개 논의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상환기간과 담보비율 등에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에 비해 차별을 받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해 왔다. 개인 투자자들은 최대 90일까지만 주식을 빌릴 수 담보비율도 120%로 공매도 대차 기한이 없고 담보비율도 105%인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에 비해 차별적인 조건을 적용받는다고 주장해 왔다.
여기에 더해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발생하는 피해도 여전히 많고 공매도 투자자 보호도 허술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전면 재개를 추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개인 투자자들의 입장이다. 국내에서는 현행 법상 주식을 빌려 파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돼 있고 주식을 빌리지 않고 파는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