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인터뷰] 이정미 "머릿속에 '2중대' 단어 없어…쌍특검은 정의당 시간표대로"
매일일보 인터뷰, '재창당' 선언 후 '민주당 2중대론' 탈피 안간힘 "선거제 개편, 정당 지지와 의석 분포 일치시키는 게 목표" "내년 총선에서 다당제 협치 구조 만들 의석 확보에 사활"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지난해 6·1 지방선거 패배 이후 정의당 '10년 평가위원회'는 지난 10년을 '처절한 실패'로 규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정미 대표는 2022년 10월 정의당의 '넥스트 10년'을 준비할 적임자로 선택됐다. 취임 후 '재창당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민주당 2중대론' 탈피에 안간힘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쌍특검(대장동 50억원+김건희)' 추진에서도 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결을 달리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 대표는 10일 <매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쌍특검 추진에 대해 "정의당만의 타임 테이블(시간표)대로 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7기 지도부 취임 후 정의당은 '어떤 2중대 프레임에도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나의 머릿속에 '2중대'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쌍특검 추진에 있어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의당은 민주당과는 별도로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한 상태다.
민주당의 쌍특검 '패스트트랙(신속 안건 처리)' 추진에 협력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패스트트랙도 하나의 국회 절차다. 정의당이 추진하는 국회 절차를 끝내 거부한다면 남은 절차를 쓸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며 "패스트트랙을 반대한 것이 아니다. 더 빠르고 신속한 특검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이 대표의 '재창당' 그림 속에는 '민주당 2중대 탈피'가 필수 요소로 들어가 있다. 당 10년 평가위는 그동안 정의당이 민주당과의 정치 연합에 과도하게 매몰됐다고 지적했고, 그 전략은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에 대해 "보수 정당 집권 시기가 아니라 어느 정치적 상황에서도 뜻이 맞으면 손을 잡고, 국민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비판했다"며 "지난 11년 간 꾸준히 그 길을 걸어왔고 계속 걸어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대표에게는 내년 총선에서 정의당이 원내 정당으로 생존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도 있다. 현재 원내 6석과 6%를 넘지 못하는 당 지지율을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선거제도 개편이 절실하다. 선거제 개편 방향에 대해선 "목표는 정당에 대한 지지와 의석 분포를 일치시키는 데 있다"며 "누가 의석을 더 받고, 덜 받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투표수와 민심이 일치하지 않는 비민주적인 선거 방식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주장한 의원 정수 축소 제안에는 "개개인의 의원에게 권력을 집중시켜 오히려 국회의 특권을 강화시킨다"며 반대했다. 이 대표는 "지방·수도권 의석수 불균형을 심화시켜 지역 격차를 키울 것"이라며 "국회의원 세비 축소, 특활비 축소, 특권 폐지에 나섰던 정의당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의결한 선거제 개편안 3개 중 2개에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확실히 했다. 그는 "현재 나온 모든 안건에 대해 논의를 해봐야 한다"면서도 "준연동형으로 전진한 비례대표제를 병립형으로 회귀시키는 것만큼은 정치적 퇴행이며 막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내년 총선을 1년 앞둔 현 시점에서 당의 목표로는 '다당제 구조 확보'를 꼽았다. 그는 "다음 총선에는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의, 민주주의의 운명이 걸려있다"며 "윤석열 정권 퇴행에 날개를 달아줄 여권의 승리가 아닌, 윤석열과 국민의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다당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총선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의당은 다당제 협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의석 확보에 사활을 걸겠다"고 말했다.
다만 지지율 6%로 존재감이 미미한 현 상황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내년 총선에서의 목표 달성은 요원하다. 결국 정의당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입증할 수 밖에 없다. 그는 "조건과 환경 만을 탓하지는 않겠다. 제 3당이 필요한 이유를 우리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며 "진영 대결이 아닌, 국민 요구에 부합하는 정치로 정의당의 효능감을 확인시켜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내년 총선에 반드시 국회 내 다당제를 정착시키고 협치를 위한 캐스팅 보트로 앞장서겠다"며 제 3당의 위치로 확실히 거듭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