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인터뷰] 이정미 "재창당, 진보정치 불신 깨려는 노력 일환"
매일일보 인터뷰, "취임 5개월…떨어진 활력 추스르고 재건이 목표" "대중과 가깝게 호흡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게 중요 과제" "청년 문제 핵심은 불평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해야"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취임 후 지난 5개월에 대해 내년 총선을 대비하는 '기초체력' 준비 기간이라고 말했다. '재창당 전국 투어'를 통해 당원들과 소통하며 내실을 다지고 멀어졌던 대중에 다시 다가기 위해 주력했다. 이 대표는 정의당의 재창당을 "국민들이 가지고 있던 진보정치에 대한 불신을 깨고 낡은 껍질을 벗어던지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규정하며 당의 뿌리를 제외한 모든 줄기와 가지를 혁신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대표는 10일 <매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0월 취임 5개월을 평가하며 "전당적으로 떨어진 활력을 추스르고 재건하는 것이 최선의 목표였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을 순회하면서 지역의 민생사업을 더욱 철저히 발굴하고, 각 시도당 당원과 당 중앙의 소통 강화를 만들어 나가며 본격적인 총선 준비를 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었다"며 "또 이태원 참사, 69시간 노동개악, 대일 외교 참사 등 윤석열 정부의 퇴행을 막기 위해 열심히 목소리를 내야 하는 다섯 달이었다"가 자평했다. 이 대표가 그리는 재창당의 방향은 당의 강점을 키우고 약점은 보완하는 데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미약한 사회적 기반인 약점은 대중적으로 더 크게 부각되고,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한 사회 비전을 재정립해갔던 강점은 희미해지고 있다"며 "재창당은 강점을 더 키우고, 약점은 최대한 보완하는 혁신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의당은 지금까지 자기만 옳고, 누군가를 가르치려 하는 태도로 대중들과 멀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그 벽을 깨고 대중과 더 가깝게 호흡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2030 MZ세대의 표심도 중요하다. 과거 진보성향이 짙었던 20·30세대는 이제 정의당에 등을 돌린 지 오래됐다. 지난 2월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당 호감도 조사에서 20대의 정의당 호감도는 19%로, 24%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보다 낮았다. 30대에서도 국민의힘 21%, 민주당 33%였지만 정의당 17%에 그쳤다. 이 대표는 등을 돌린 2030세대의 표심을 되찾기 위한 방안으로 청년 문제의 핵심인 불평등 문제를 파고들겠다는 생각이다. 이 대표는 "청년 문제의 핵심에는 불평등이 있다. 주거, 일자리, 포괄임금, 사회 초년생의 불평등한 시작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청년 한명 한명의 소외에 눈 돌리지 않는 정책과 전략이 필요하다. 모든 세대가 보편적으로 느끼는 일터, 삶에서의 불편부당함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 생애주기별 기본자산 등의 정책 등이 예시일 것"이라고 역설했다.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당 대표가 된 지 5개월이 됐다. 지난 5개월을 평가한다면.
당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7기 지도부가 시작됐다. 전당적으로 떨어진 활력을 추스르고 재건하는 것이 최선의 목표였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5개월은 전국을 순회하면서 지역 민생 사업을 더 철저히 발굴하고, 각 시도당 당원들과 당 중앙의 소통 강화를 만들어나가며 본격적인 총선 준비를 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었다. 이태원 참사, 주 69시간 노동 개악, 대일 외교 참사 등 윤 정부의 퇴행을 막기 위해 열심히 목소리를 내야 하는 5개월이었다. 앞으로도 당 내외 현안을 아우르며 최선을 다하는 7기 지도부를 만들겠다.-정의당은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많다. 거대 양당 체제 속에서 존재감을 찾는 게 급선무인 것 같다.
지금 정의당은 거대 양당과의 거리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관심사가 아니다. 민생, 국민 요구에 부합하는 정치로 시민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최대 관심사다. 윤 정권은 소위 검찰 권력을 쥐고 폭주하고, 민주당은 입법부의 거대 의석을 차지하는 정치 구도에서 날로 정치적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그 속에서 제 3당 정의당이 틈을 만들기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건과 환경 만을 탓하지는 않겠다. 제 3당이 필요한 이유를 우리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진영 대결이 아닌 국민 요구에 부합하는 정치로 정의당의 효능감을 확인시켜 내야 한다. 이를 통해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국회 내 다당제를 정착시키고 협치를 위한 캐스팅 보트로 앞장서겠다.-과거 파업과 집회 현장 어디에든 정의당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여의도에 갇혔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한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힘들다. 거대 양당이 독점한 국회에서 최근 아무리 일부 사안에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고 해도 정의당의 발언력은 약할 수 밖에 없다. 노동자, 시민들의 지지가 없고 연대하지 않았다면 정의당은 노란봉투법 법사위 통과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다음소희법도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광장에서, 노동자들의 곁에서 싸우고 있다. 대표단과 지도부 또한 노란봉투법, 주 69시간 노동 개악 반대, 강제 징용 굴욕 해법 반대 투쟁에 적극 연대하고 있다. 마루 시공 노동자, 화력 발전소 노동자, 돌봄 노동자, 스포츠업계 노동자 등 기성 정치가 대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집단 입당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광장을 넓히는데 앞장설 것이다. 기존의 노동조합과 더불어 노조법과 노조 밖에서 고통받는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한 정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올해 9월 재창당 완료를 목표로 '재창당 전국 투어'가 한창이다.
창당 후 10년이 흘렀다. 재창당은 그동안 국민들이 가지고 있던 진보 정치에 대한 불신을 깨고 낡은 껍질을 벗어던지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정의당은 강점과 약점 모두 다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약한 사회적 기반인 약점은 대중적으로 더 크게 부각되고,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한 사회 비전을 재정립해왔던 강점은 희미해지고 있다. 재창당은 강점을 더 키우고, 약점은 최대한 보완하는 혁신의 과정이다. 정의당은 지금까지 자기만 옳고, 누군가를 가르치려 하는 태도로 대중들과 멀어졌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 벽을 깨고 대중과 더 가깝게 호흡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정의당은 정치가 품지 못했던 두 가지, 노동과 녹색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노동 가치는 더욱 혁신해야 한다. 기존 노동조합 조직들이 더 넓은 사회 연대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트는 역할을 새 정의당이 도맡을 것이다. 연대 방향은 5인 미만 사업장, 비정규직 특수 고용 노동자, 불완전 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일하는 시민들의 기본법' 제정에 앞장서는 이유다. 모든 불안정 노동자들도 함께할 수 있는 전국적인 유니온 사업 등으로 변화하는 노동의 기반을 다지겠다. 또 녹색의 가치도 ‘효율, 이윤, 자본’의 가치가 지배하는 대한민국 사회의 전환을 위해 시민적 공감대를 넓게 형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무상 대중 교통 정책 등의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민주당의 '쌍특검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김건희 특검’에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비난을 받았다.
7기 지도부 취임 후 정의당은 ‘어떤 2중대 프레임에도 좌고우면 않겠다’고 선언했다. 제 머릿속에 2중대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범죄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검찰은 수사 권한을 전혀 작동시키지 않았다. 정의당은 권오수 전 회장 재판이 있는 2월 10일, 2월까지 지켜본다고 했고 3월 바로 특검 발의를 한 것이다. 김건희 특검을 강하게 열망하시는 분들은 아쉬우셨을 수도 있지만, 정의당은 정의당의 타임 테이블 대로 특검을 밀어붙인 것이다.-'50억 클럽 특검', '김건희 특검' 패스트트랙 추진을 반대한 이유는 무엇인가.
패스트트랙도 하나의 국회 절차다. 정의당이 추진하는 국회 절차를 끝내 거부한다면 남은 절차를 쓸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패스트트랙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더 빠르고 신속한 특검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보수 정당 집권 시기에 민주당과의 연대는 사실상 필수였다. 2중대 프레임을 극복하면서도 자강의 길을 찾을 방안이 있다면.
어느 정치적 상황에서도 뜻이 맞으면 손을 잡고, 국민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비판하는 것이다. 정의당은 지난 11년 간 꾸준히 그런 길을 걸어왔고, 계속 걸어갈 것이다.-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결의안 3개의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정의당은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편을 통해 사표를 줄이고 민의를 반영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총선 당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라는 일보 전진의 문턱을 넘어섰다. 그러나 현재 나온 모든 안건에 대해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준연동형으로 전진한 비례대표제를 병립형으로 회귀시키는 것만큼은 정치적 퇴행이며 막아야 한다. 목표는 정당에 대한 지지와 의석 분포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누가 의석을 받고 의석을 덜 받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투표 수와 민심이 일치하지 않는 비민주적인 선거 방식이 문제다.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서는 열어놓고 토론해야겠지만, 일부 여권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의원 수 축소는 개개인의 의원에게 권력을 집중시켜 오히려 국회의 특권을 강화시키고 지방·수도권 의석 수 불균형을 심화시켜 지역 격차를 키울 것이다. 의원 세비 축소, 특활비 축소, 특권 폐지에 나섰던 정의당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다.-진보 정치인의 세대 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지금의 진보 정치의 위기 원인 같다.
정의당은 이미 비례대표 1, 2번부터 청년이다. 청년 정의당을 독립 예산으로 편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당 내 청년 정치인 교육 프로그램인 진보 정치 4.0을 5기까지 운영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청년 활동가들을 육성하고 있다. 목표는 청년 정치인 발굴을 넘어 이미 발굴한 청년 정치인들에게 더 큰 무대를 쥐어주기 위해 당의 저변을 넓히는 데 있다.-내년 총선에서 MZ 세대 표심을 놓고 거대 양당과 경쟁해야 하는데 복안이 있나.
소위 ‘MZ 세대’라고 호명되는 2030은 오히려 MZ 세대라는 프레임으로 자신들을 묶는 기성 세대의 태도를 부정적으로 본다. 거대 양당이 생각하는, 특히 국민의힘이 툭하면 소환하는 MZ 세대론은 세대 갈라치기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MZ 세대의 표심을 잡는다’ 하면서 치맥 미팅을 한다고 청년 세대 삶을 변화시킬 근원적인 해결책이 나오는가. 청년 문제 핵심은 불평등이 있다. 주거, 일자리, 포괄 임금, 사회 초년생의 불평등한 시작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청년 한명 한명의 소외에 눈 돌리지 않는 정책과 전략이 필요하다. 모든 세대가 보편적으로 느끼는 일터, 삶에서의 불편, 부당함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 생애 주기별 기본 자산 등의 정책 등이 예시일 것이다.-총선에서 존재감 있는 제 3당의 위치를 확실히 할 전략이 있다면.
정의당의 운명 만이 아니다. 다음 총선에는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의 민주주의의 운명이 걸려있다. 윤 정권의 퇴행에 날개를 달아줄 여권의 승리가 아니라, 폭주를 막을 수 있는 다당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총선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정의당은 다당제 협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의석 확보에 사활을 걸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