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 빌리지도 맡기지도 않는다

금리 내려도 여전한 고금리 인식 3월 은행 가계대출 석 달째 감소 신용대출은 16개월 연속 내리막 낮은 수신금리에 정기예금 8.8조↓

2024-04-10     이광표 기자
은행권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은행권 여수신 규모가 동반 감소하며 시중자금 부동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출금리가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금리 탓에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3개월 연속 감소했고, 예금금리도 함께 떨어지자 은행 정기예금 이탈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일각에선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고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까지 나오면서 은행권 대출도 다시 증가세로 전환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49조9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7000억원 줄었다. 가계대출은 작년 9월 이후 11월까지 계속 줄다가 12월 3000억원 늘었지만, 올해 들어 다시 석 달째 내리막이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247조8000억원)이 2조9000억원 축소됐다. 2021년 12월(-2조2000억원) 이후 16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대로 주택담보대출(잔액 800조8000억원)은 2조3000억원 불었다. 앞서 2월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2014년 1월(-3000억원) 이후 9년 1개월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쳤지만, 한 달 새 다시 늘었다. 주담대 중 전세자금 대출은 2월에 이어 3월에도 2조원 이상(2조3천억원) 감소했다. 전셋값은 떨어진 데다 월세 전환도 늘어난 영향이다. 하지만 나머지 일반 주담대가 4조6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전세자금 대출은 계속 줄었지만, 2금융권 대출의 대환(갈아타기) 수요로 특례보금자리론이 증가했다"며 "아파트 매매가 여전히 적지만 지난해 수준의 부진에서 조금 벗어난 것도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이날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서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도 지난달 5조원 줄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6조원 감소했는데, 2월(-4조7000억원)보다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주택담보대출(+1조원)은 3개월 만에 증가했다.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1조3000억원 줄어든 대신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2조3000억원 불었기 때문이다. 업권별로는 은행권과 제2금융권에서 가계대출이 각 7000억원, 4조4000억원씩 줄었다. 하지만 예금은행의 3월 말 기준 기업 대출 잔액은 1189조3000억원으로 한 달 새 5조9000억원 또 늘었다.  한편 예금은행의 3월 말 수신(예금) 잔액은 2217조3000억원으로 2월 말보다 3조원 감소했다.

특히 정기예금이 8조8000억원이나 줄었다. 윤 차장은 "지난해 높은 금리로 정기예금에 들어온 법인자금의 만기가 도래하고 있다"며 "현재 정기예금 금리에 큰 메리트(이점)가 없다는 인식에 따라 법인들이 자금을 다시 유치하지 않고 빼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