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방미 앞두고 美 '감청' 파문…野 "심각한 문제·비굴한 태도"
미 정보기관 문건 유출…김성한-이문희 기밀 대화 포함 대통령실 "과거·다른 나라 사례 검토해 대응" 야당, 정부 안일한 대응 비판…여당은 신중론
2024-04-10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미국 정보기관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등과 관련해 정부의 외교·안보라인 고위급 당국자를 도·감청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다른 나라의 사례 등을 검토해 대응책을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야당이 대통령실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 거세게 비판하는 등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반면 여당은 자체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4월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있는 만큼 도·감청 사태는 양국 관계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10일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지난 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된 외신 보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며 "과거의 전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한 번 보겠다"고 밝혔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의 기밀문서가 SNS에 다량 유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논의와 관련해 동맹국들을 감청한 정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특히 NYT는 "유출된 문건 2건에는 한국 정부가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어기고,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미군 포탄을 제공할지에 대한 내부 논의가 담긴 것을 도·감청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관리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해 물품(무기)을 전달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을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미국의 해외 정부를 상대로 한 감청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미국의 감청 정황이 한·미 동맹에 큰 영향을 줄 요소는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도·감청 정황 외신 보도와 대통령실 입장이 알려지자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동맹국 신뢰를 훼손한 미국 정부를 문제 삼으면서도 대통령실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내용이 명확한 건 아니지만, 심각한 문제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국의 대통령실이 도청에 뚫린다는 것도 황당무계하지만, 동맹국 대통령 집무실을 도청한단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객관적 내용을 정확히 확인해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같은 날 "주권 침해 상황에 항의 한마디 못 하는 비굴한 태도로 호혜평등의 외교관계를 어떻게 확장시켜 나갈 수 있겠느냐"며 "한·미 정상회담 성사에 목매고 미국에 한마디도 못 한 채 어물쩍 넘기려 한다면 주권 국가 대통령 자격 상실이란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반면 여당은 조사 필요성을 언급하며 신중론을 펼쳤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디까지 사실인지, 도·감청이 있었는지에 대한 자체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도·감청 사태에 대해 미국이 한국과 협상을 앞두고 무리한 수단을 동원해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면서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