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K-배터리, 광물 脫중국 과제… 日·EU·中 비껴가는 IRA

美, 2030년까지 전기차 신차 판매 비중 64% 올릴 계획 IRA 광물 보조금 조건 2027년 80%… 사실상 中 배제 日에 EU도 IRA 보조금 관련 FTA 체결국 대우 추진 美완성차-中배터리 IRA ‘꼼수’ 협력엔 침묵하는 美정부

2023-04-10     이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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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미국 역내 전기차 산업 공급망을 키우는 동시에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을 견제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미국 전기차 시장의 확대를 위해 쏟아지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이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에 날개를 달아 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핵심 광물 공급망 측면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들에 이러한 미국의 중국 견제가 또 다른 리스크로 다가온다. 특히 미국 정부가 자국의 전기차 산업을 위해 일본과 유럽연합(EU)에게 특혜를 주고, 심지어 자국 완성차 기업들의 전기차 확대를 위해 중국 배터리 기업의 ‘꼼수’를 눈감아주는 행위는 우리 배터리·완성차 기업에게 상당한 불확실성을 가져다준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온다.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로서는 세계 2위 전기차 시장인 미국을 놓칠 수 없다. 자국 기업들로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한 세계 1위 중국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에게 미국은 최대 시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의지를 불태우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게 그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오는 12일 2032년까지 전기차 신차 판매량을 기존의 10배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발표한 탄소배출 규제안에는 2032년 전기차 신차 판매 비중을 64~67%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준 전기차 신차 판매 비중은 5.8%다.

미국의 전기차 확대 방침은 북미 현지 생산을 늘리는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에 호재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7조2000억원을 투자해 원통형 배터리와 ESS(에너지저장장치)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LG엔솔은 이번 투자로 북미 지역에서 총 7개의 생산기지를 확보한다. 2026년까지 LG엔솔이 북미 지역에서 확보한 총 배터리 생산량은 293GWh로 글로벌 최대 규모다. 북미 지역에서 SK온과 삼성SDI도 각각 150GWh, 50GWh 생산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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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IRA가 요구하는 ‘핵심 광물 조건’이 매년 까다로워진다는 점이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발표한 IRA 세부지침에 따르면 올해는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핵심 광물을 40% 이상 추출·가공하기만 하면 보조금 수령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추출·가공 비율이 매년 10%씩 올라가 2027년에는 80%까지 이른다. 결국 광물 원산지를 미국과 미국 FTA 체결국으로 국한하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은 2025년부터 ‘해외우려 집단’ 우려를 적용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해외우려 집단’이 채굴·가공·재활용한 광물 사용을 배터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금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는 이 ‘해외우려 집단’에 중국이나 중국 기업들이 포함될 것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는 압도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산화리튬(산화리튬 포함) 중국 수입 의존도는 87.9%다. 같은기간 배터리에 필요한 코발트(72.8%), 천연흑연(94.1%) 등도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업계에서 핵심 광물의 탈중국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정부도 지난 2월 리튬, 코발트, 흑연,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중국 수입 의존도를 2030년 50%대까지 낮추겠다는 ‘핵심 광물 확보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과 일본이 맺은 ‘광물 공급망 강화’ 협약도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봤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협약을 통해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은 IRA 관련해서 FTA 체결국과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가장 큰 수혜는 일본 배터리 기업 파나소닉이 거론된다. 핵심 광물을 일본에서 공급받는 파나소닉은 이 협약으로 IRA 보조금 수령이 가능하게 됐다. 현재 미국은 유럽연합(EU)과도 일본과 같은 조건의 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EU와 ‘핵심광물 클럽’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자국의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확대를 위해 중국 배터리 기업들과의 우회적인 협력을 침묵하는 것도 IRA 불확실성으로 꼽힌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는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CATL과 IRA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기술제휴에 나서고 있다. 포드가 지분 100%를 갖는 회사를 미국에 세우고, CATL로부터 배터리 기술을 제공받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포드 지분 100% 회사는 IRA 보조금 수령이 가능하다. 테슬라도 포드와 같은 방식으로 CATL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업계에서는 IRA 세부지침이 정한 법률적 해석도 아직 마치지 못한 상황이다. IRA 세부지침에서 정한 광물 추출·가공 비율에 대한 구체적인 산출방법이나 광물과 부품에 대한 명확한 분류에 대해 혼동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IRA 의견수렴 기간을 활용해 국내 기업들의 요구사항을 미국 정부와 추가적으로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IRA 의견수렴 기간은 오는 18일 적용시점부터 60일 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