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보다 경기’ 2연속 금리동결
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연 3.50% 유지 상승세 멈춘 물가와 경기하강 고려한 듯 한은 "성장률도 2월 전망치 하회 불가피"
2024-04-11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1일 연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2월에 이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한 건데, 금리 연속 동결은 금통위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반 만에 처음이다. 물가는 둔화하는데 올해 경제 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1.6%)마저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 동결의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그간의 가파른 긴축에 따른 글로벌 금융 불안까지 확산한 영향도 있다. 한은이 2월에 이은 두 차례 연속 금리 동결을 택하면서 1월 13일 이후 3개월 가까이 3.50% 기준금리가 유지됐고, 시장에서는 이번 인상기의 최종금리를 3.50%로 보는 시각이 굳어지는 분위기다. 한은이 다시 동결을 결정한 데는 최근 다소 안정된 물가 상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110.56)는 작년 같은 달보다 4.2% 올랐다. 상승률이 2월(4.8%)보다 0.6%p 떨어졌고, 작년 3월(4.1%)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았다. 갈수록 나빠지는 경기 지표도 금통위 내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파'에 힘을 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통관기준 무역수지도 3월(-46억2천만달러)까지 13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금통위 의결문은 이날 "(우리 경제가)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겠다"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인 1.6%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 등으로 고조된 금융위기 가능성도 한은의 추가 인상을 억제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SVB 사태 이후 나타난 글로벌 은행 부문의 불안 확산과 이로 인해 미 연준도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이 커졌고 연준이 향후 1회 인상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금통위로서도 한미 금리 역전 폭이 2%포인트까지 벌어질 부담을 덜었다. 현재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역대 최대인 1.50%포인트까지 벌어졌어도 환율이 크게 튀어 오르지 않은 점도 동결 배경으로 꼽힌다. 환율 변동성 자체는 커졌으나 상·하방 요인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원·달러 환율은 1300원 안팎에서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