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폐기물도 자원…순환경제 시대 도래
韓, 석탄 석유 의존도 높아… 해외 정세 따라 비용 상승 압박 커져 늘어나는 폐기물 활용해 에너지 생산… 환경보호까지 일석이조 폐기물 분류 어려움으로 자원 소실… 분리 배출 방식 개선 필요
2024-04-11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미·중 갈등 격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자원 무기화’라는 새로운 흐름이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환경 보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은 ‘폐기물’을 이용한 자원순환에 주목하고 있다.
11일 경제 전문기관에 따르면 국내는 이미 주요 선진국 대비 석탄과 석유 의존도가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0년 기준 국내에 12개 부지에 총 60기(3만 5350.7MW)의 석탄화력발전기가 운전 중에 있으며, 총발전량에서 석탄화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44.0%로 발전 에너지원 중 비중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37개국) 중 1위의 원유의존도(GDP 1만달러 당 원유소비량 5.7배럴)와 4위의 1인당 원유소비량(국민 1인당 원유소비량 18.0배럴)을 기록할 정도로 석유 의존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주요 경쟁국과 비교할 때 한국 경제는 국제유가 상승시 상대적으로 비용 상승 압력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해외 자원 의존도가 높은 만큼, 각종 글로벌발 에너지 파동에 국내 산업계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자원이 부족한 국가들은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동시에 에너지를 얻는 순환경제를 지향하는 폐기물 에너지 개념을 도입했다. 폐기물 에너지란 사용하고 못쓰게 돼 버리는 제품이나 쓰레기 등을 재활용하는 것으로, 에너지 함량이 높은 폐기물들을 여러 가지 기술에 의해 연료로 만들거나 소각해 에너지로 이용하는 것을 뜻한다. 폐기물도 처리할 수 있고 에너지도 얻어 환경 보호, 순환경제 달성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폐기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정부와 기업은 물론 소비자도 동참해 폐기물을 활용한 순환경제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폐기물발생량은 1996년과 2021년 사이 일평균 18만 573톤에서 54만 781톤으로 199.5% 증가했다. 생활폐기물은 큰 변화가 없으나 사업장폐기물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지난 10일 폐기물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한 ‘플라스틱’을 활용한 순환경제 시나리오와 미래전략을 발표했다. 연구원은 2019년 발생된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이 2017년 대비 약 30% 증가했으며, 해외로부터 수입되는 폐플라스틱량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총 7112 kton의 폐플라스틱은 주로 산업(36%), 포장재(32%), 건축 및 건설(11%), 가정(10%)에서 유래했다. 사실상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절대다수가 기업에서 나오는 셈이다. 산업계가 폐기물 순환에 앞장서는 책임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처리 방법은 매립 6%, 소각 41%, 재활용 53%로 구성됐다. 재활용 비중이 높긴 하지만 모든 폐기물이 에너지로 재생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가연성 폐기물’ 중 에너지 함량이 높은 폐기물이 대상이다. 열분해를 통한 오일화기술, 성형고체 연료의 제조기술, 가스화에 의한 가연성 가스 제조기술, 소각에 의한 열회수 기술 등으로 가공, 처리해 고·액체연료, 가스연료, 폐열 등으로 생산하고 이를 산업 생산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국내에선 내년에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 시행되는 만큼, 국내 산업계에 폭넓게 도입될 전망이다. 다만 현재 직면한 문제로는 재생이 가능한 폐기물과 그렇지 못한 폐기물을 구분하기 어려워 쓸모 있는 폐기물까지 소실되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로 쓸 수 있는 포장재와 전자제품의 주요 성분(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의 폐기량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나, 여전히 종량제로 배출되는 포장재의 대부분은 매립, 소각 처리되고 있다. 또 종량제로 배출되는 폐플라스틱의 분류·선별에 어려움이 있는 상태다. 폐기물의 원활한 분류를 위해 전 국민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회미래연구원 관계자는 “폐기물 재자원화 이전의 생산 단계(에코 디자인) 또는 분리 배출 단계에서의 재자원화 효율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