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외교도 갈라치는 尹정부...韓 경제만 멍든다

2024-04-11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원에 그치며, 작년 1분기의 14조 1214억원보다 95.75% 급감했다고 한다. 통상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 가량을 차지하며 실적 버팀목 역할을 했던 게 반도체인데,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에 대규모 적자가 난 것이다.

삼성전자가 흔들릴 정도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어떻겠는가. 한국 경제 무역수지는 13개월째 적자 행진 중이다. 작년 무역수지 적자 폭은 무려 425억 4200만 달러였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8%에 이른다. 무역수지에 구멍이 뚫리면 우리 경제 성장엔진이 식는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는데 정부의 대처는 안일하다 못해 방관 수준이라는 게 문제다.

이광표
정부의 방관 속에 최대 무역 흑자국 중국이 최대 적자국으로 뒤바뀐 게 가장 뼈아프다. 실제로 눈덩이가 된 무역수지 적자를 들여다보면, 대중국에서 발생된 적자가 압도적이다. 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대중국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50억7400만 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 무역 적자국 1위다. 월간·연간 기준 통틀어 중국이 최대 무역 적자국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2018년 무역 흑자국 1위에 오른 이래 줄곧 200억 달러 이상 흑자를 내다가 지난해 그 규모가 12억1300만 달러로 대폭 줄었다. 올해 들어선 흑자는커녕 수백억 달러 적자가 예상된다. 
 
무역수지 악화는 한중관계가 삐걱거리는 정치적 이유가 크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외교행보를 들여다보면 적과 내편을 규정하는 갈라치기로 일관한 국정운영과 흡사해 보인다. 윤 정부의 외교에선 중국은 패싱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고착화할 가능성이 커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은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수입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 반면 중간재 자립도는 높아지고 있다. 중간재 중심의 우리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세안(ASEAN)이 중국 시장을 파고들면서 우리의 수출 제품 수도 급속히 줄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 제품 경쟁력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경제외교는 어떤 모습인가. 미국과 일본에 경도된 외교를 펼치면서 중국은 사실상 적으로 규정하고 관계 복원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과거 사드 배치 때 많은 기업이 중국에서 쫓겨났던 악몽이 재현될 우려도 나온다.  반면 정부가 내편으로 떠받쳤던 미국은 IRA 등 각종 규제를 만들어 자국 산업 보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 반도체 공급망 장악을 위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첨단기술 기밀을 내놓으라고 겁박하기까지 했다. 과거 일본 아베 정권은 소재·부품 수출을 금지시켜 한국 경제를 고사(干枯)시키려 했다. 윤석열 정부가 동맹의 노래를 불러도 이들은 자국 경제의 이익에 몰두할 게 자명하다.

국제사회에서 적도, 동지도 없다는 것은 외교의 기본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떠들며 뒤통수를 치는 일본과, 우리 국가안보실을 도청하는 미국이 영원한 동지가 아닐수도 있다는 말이다. 각설하고, 정부는 작금의 대중 무역 적자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우리 기업의 피해가 더이상 커지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 해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대중 무역적자는 켜켜이 쌓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