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마무리 수순…인하엔 선 그은 한은 "시장 기대 과도해"
'물가'에서 '경기'로 정책 무게 추 이동...연내 인하론도
이창용 "금통위원 다수 추가인상 염두" 긴축 종료 부인
2024-04-11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지난 2월, 1년 반 동안 지속된 금리인상 행보를 처음 멈추고 금리를 동결했던 한국은행이 두달 뒤 또 다시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하면서 1년 반 만에 2연속 동결 행보를 밟았다.
그러자 시장에선 사실상 한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됐다는 '인상 종결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데,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시장의 과도한 기대"라며 선을 긋고 금리 인상의 여지를 남겨뒀다.
11일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인상의 주요 근거였던 Fed 긴축 가속화 옵션이 사실상 사라졌다"면서 "물가 상승률도 한은 전망치를 하회하고 경기에 초점을 맞출 여유를 벌면서 이미 한은의 금리인상 사이클은 종료됐다"고 판단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인플레이션 완화와 경기 침체 우려로 사실상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면서 "한은이 미 Fed보다 먼저 올해 하반기 금리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봤다.
외신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 주요 23개국 중앙은행들의 금리를 내다본 기사에서 한국은행의 올해 기준금리를 3.5%, 내년 기준금리를 2.5%로 예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 16명 중 15명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시장 내 인플레이션 지표들이 안정세를 보이는 만큼 한은은 당분간 (금리를 조정하지 않고) 관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 3분기, 늦어도 4분기에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3.75%까지 추가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도 있으나 2023년 4분기에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 예측했다. 또 시티그룹은 "금리가 3.5% 고점을 유지하다 올해 8월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상당수 경제학자들이 한은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2024년에 2.5%까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다만 시장의 이같은 기대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긴축기조 유지에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창용 총재는 11일 금통위 직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가 (한은) 중장기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금리 인하 논의를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상반기 물가 경로는 확신이 있는데 하반기 불확실성이 많아서 확인하기 전까지 금리 인하 언급은 부적절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금통위원들의 견해를 말씀드리면 금리 인하를 아직 고려할 단계가 아니며, 물가 불안 요인이나 이런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이 종료됐다는 시장 반응에 대해 금통위원 중 많은 분이 '시장의 기대가 과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지만, 금통위원 중 대부분이 3.75%로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인상기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금통위원 다섯 분은 당분간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한 분은 3.5%로 동결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산유국 추가 감산에 따른 유가 영향, 공공요금 인상이 하반기 물가 경로에 주는 불확실성이 큰 데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주요국,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을 어떻게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물가 흐름과 관련해 이 총재는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에 비해 천천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연말에는 (상승 폭이) 3% 수준으로 갈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환율상승 등 외환시장 불안에 대해서는 "금리를 통해 반응하거나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단 변동성이 클 경우에는 금리뿐 아니라 여러 다른 정책을 통해 반응하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무역수지도 환율 결정의 중요요인이지만 주요국 통화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 SVB 사태 이후 긴축이 지속될지 아닐지도 환율에 크게 미치는 영향이 있어 한 방향을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큰 변동성에는 대처 방안이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