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저출산' 초래할 재앙, 대책은 어디에
2024-04-11 김혜나 기자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미 10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하위권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2050년 경제 성장률은 0% 안팎으로 떨어지고, 경제 규모는 세계 15위권 바깥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이미 추락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지난 2021년 12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가장 기준이 되는 ‘중위 추계’에서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내년 0.70명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등하더라도 2045년은 돼야 1명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신 역시 한국이 세계 최저 출산율 자체 기록을 또 깼다며 주목하고 있다. 원인으로는 ‘젠더 갈등’ 즉 남녀 갈등을 꼽았다. 높은 집값과 육아비는 덤이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이유는 명백하다. 나 하나 먹여 살리는 일도 쉽지 않은 사회다. 물가는 무섭게 치솟고, 삶은 더 팍팍해졌다. 결혼을 하려면 집이 있어야 하는데, ‘내 집 마련’은 평범한 월급쟁이에겐 꿈만 같은 얘기다. 연애, 결혼, 출산, 그 밖의 것들까지 포기하는 ‘N포세대’의 현실이다. 저출산은 인구 절벽을 불러왔다. 통계청은 오는 2030년 10만명의 인구가 자연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8년이나 빠른 시기에 10만명 이상이 줄었다. 이는 15세부터 64세까지의 생산 가능인구 감소 가속화를 의미한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미래 세대의 부담 역시 가중될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심화로 인해 생산 가능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하는 노인이 지난해 24.6명에서 2070년 100.6명으로 늘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국가의 존속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도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결혼 이후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우선 ‘결혼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 출산과 육아에 치중된 정책이 아니라, 청년이 결혼을 선택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지난달 인구위기특별위원회가 석 달 만에 지각 출범했다. 보건복지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청년들로 구성된 ‘청출어람단’을 꾸렸다. 이들이 우리 세대의 현실을 반영한 정책 마련을 이뤄낸다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