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한미 경제사절단 삼성·SK·현대차·LG 총출동 관전포인트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요건 완화 IRA 보조금 최종생산지 요건 유예
2024-04-12 신지하 기자
매일일보 = 신지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이달 하순 미국 국빈 방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가 포함된 경제사절단이 동행할 전망이다. 이들은 현지 주요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 미국의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과 관련해 한국 기업에 대한 불이익이 없도록 정부와 함께 돌파구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달 말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맞춰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을 포함한 경제사절단을 파견한다. 이번 미국 경제사절단에는 지난달 중순 윤 대통령의 방일 때처럼 국내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이 모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 회장 등 총수들이 집적 동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기업은 현재 미국에서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분야에서 생산시설을 짓고 있거나 조단위 투자를 검토 중이다. 최근 미국이 발표한 반도체지원법 가드레일 조항, IRA 세부 조항에는 그동안 한국 정부·기업의 입장이 일부 반영됐다. 하지만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심화하는 양상을 나타내면서 이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이에 4대 그룹 총수가 직접 정부와 힘을 합쳐 미국 정·재계를 상대로 국내 기업에 유리하도록 설득 작업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지원법은 반도체 기업의 현지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 보조금(390억달러)과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69조500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보조금 신청은 지난달 31일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체는 여전히 고심 중이다. 보조금을 신청할 때 반도체 핵심 공정 접근 허용과 초과이익 공유 등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보조금 신청 기한을 두고 상황을 지켜보는 한편, 협상을 통해 이 같은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목표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달 2월28일(현지시간) 경제·국가 안보, 사업 상업성, 재무 건전성, 기술 준비성, 인력 개발, 사회공헌 등 6가지 보조금 심사 기준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재무 건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수익성 지표와 예상 현금흐름 전망치를 제출하고, 지원금을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 이상 받은 기업의 경우 현금 흐름과 수익이 전망치를 초과하면 그 초과분을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반도체지원법의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도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반도체지원법 지원금이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설정한 가드레일 조항의 세부 규정안을 공개했다.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보조금을 받으면 이후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할 수 없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전 세대의 범용 반도체 생산 확대는 10%로 제한됐다. 이를 어기면 상무부가 지급한 보조금은 즉각 환수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중국은 주요 반도체 생산 거점국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시안 공장에서 낸드 생산량의 40%를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량의 40% 이상을 중국 우시 공장에서, 낸드 생산량의 20%를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올해 10월로 한정된 한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 연장에 대한 논의도 이번 회담 기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는 작년 10월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하며 한국 기업의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에 제동을 걸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수출 통제에 대해 1년의 유예 조치를 받았다. 이에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이들 기업의 유예 조치 추가 연장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플레인션감축법(IRA) 세부 지침안이 논의될지도 주목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IRA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 지침 규정안을 발표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8월 전기차 구매 시 1대당 최대 7500달러를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를 시행했으며, 이번에 공개된 세부 지침은 오는 18일부터 적용된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아이오닉5를 주력 전기차로 삼고 있는 현대차는 IRA 세부 지침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미국 앨라배마주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네시스 GV70 전기차는 당초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IRA 세부지침에 따라 보조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됐다. 해당 차량에 탑재되는 SK온 배터리 셀이 중국에서 생산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리스 등 상업용 전기차는 한국에서 생산해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이 한미 양국의 상호 이익을 위해 반도체지원법과 IRA 보조금 지급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한미 경제협력 10대 이슈'를 선정해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미국이 반도체와 전기차 부문에서 법안을 통해 자국 내 생산 비중을 높이는 게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를 방해한다"며 "한국 기업의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에 차질이 없도록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신청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IRA 보조금 요건은 동맹국이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며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