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불법 OTT는 '공멸의 길'
2024-04-13 김영민 기자
매일일보 = 김영민 기자 | 한때 게임에 빠졌던 시절. 해외 유명 게임사의 패키지가 유독 한국판으로만 정식 발매가 되지 않아 속상했던 적이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국시장은 불법복제(해적판)가 판을 치고 있어 정식으로 발매하더라도 수익이 나지 않아 이른바 '코리아패싱'이 이뤄졌던 것이다.
불법복제로 인해 한국시장에서는 PC나 콘솔 기반의 패키지 게임들이 성장하지 못했다. 시장 자체가 위축되면서 한국시장은 패키지보다는 온라인 게임 천국이 됐다. 지금도 현질을 유도하는 확율형 아이템 기반의 게임들이 한국게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불법복제는 시장 자체를 죽이는 동시에 소비자들도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불법 다운로드나 개조를 통해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면 그만큼 시장은 위축되고 심지어는 사라질 수 있다. 기업과 소비자가 모두 공멸하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도 불법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게 우려된다. OTT 시장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업자들은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으며 콘텐츠 자체 제작이나 유통을 하고 있다. 커피 한두잔 값이면 월정액으로 이용할 수 있는 OTT가 많지만 불법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고 불법 사이트를 찾는다. "양질의 콘텐츠를 위해 수백~수천억원을 투입하는데 가입자는 늘지 않고 적자만 쌓여 갑니다. 여기에 불법사이트까지 정말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요즘 OTT 관계자들을 만나면 수익성 악화와 함께 최근 논란이 커지고 있는 불법 OTT 사이트 때문에 힘들다는 하소연을 하기 일쑤다. 특히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국내 토종 OTT는 거대 공룡인 넷플릭스와 맞서며 힘겹게 경쟁하고 있지만 유료 가입자가 좀처럼 늘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자체 콘텐츠 제작을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섰지만 생각만큼 수익이 나지 않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OTT들의 수익 악화는 결국 콘텐츠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누누티비 같은 불법 사이트로 흘러들어가는 이용자들에게 수천억원씩 적자를 보면서 콘텐츠를 만들 OTT 사업자는 없다. 양질의 콘텐츠가 없는 OTT 시장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불법 OTT 사이트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이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며 불법 사이트 대응에 나섰지만 도미니카공화국에 서버를 둔 불법 사이트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최근 불법 OTT 사이트에서 자체 제작한 전용 앱을 만들어 정부의 주소 차단을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불법 사이트는 정부의 단속을 마치 조롱이나 하듯이 빠져나가고 있다. 일부 이용자는 응원까지 하면서 불법 사이트를 지지한다. 무료로 배포하는 콘텐츠가 아닌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가는 콘텐츠를 공짜로 즐기려는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시장은 위축되고 결국 볼거리는 줄어들게 될 것이 뻔하다.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노력으로 불법 OTT 사이트가 근절되길 바란다. 동시에 불법 사이트가 활개를 치지 못하도록 이용자들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 불법이 판을 치면 결국 기업, 소비자, 시장 모두 공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