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 달랐던 기업들의 사회환원사업 ②한국마이크로소프트

‘e-멋진 세상’ OK! 장애인 고용은 NO?

2010-09-25     류세나 기자

보조기기∙S/W 개발 등 장애인 접근성 독려 1등
사회생활 가능케 도와주고 고용은 ‘제로’ 왜?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한국마이크로소프트(대표 유재성, 이하 한국MS)가 때 아닌 ‘위선’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MS는 지난해 4월 정보화 소외계층을 위해 국내 보조공학업체 개발을 지원하는 ‘접근성 랩’ 설치 계획을 발표하며 “장애를 지닌 정보 근로자들이 보다 생산적이고, 편안하면서도 상해의 위험 없이 일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또 이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윈도우 운영체제에 대형 글꼴이나 화면낭독 등의 기능을 추가해 컴퓨터 활용도를 높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처럼 장애인의 정보접근성 향상을 위해 노력했던 모습과 달리 한국MS 내부적으로는 정부가 강제하고 있는 ‘장애인 의무고용율’조차 지키지 않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올해는 물론이고 지난 6년간 단 한명의 장애인도 고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모든 게 컴퓨터로 이뤄지는 시대에서는 장애인도 컴퓨터만 쓸 수 있다면 못할 게 거의 없다. 단지 조금 느릴 뿐이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 불리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45) 교수는 지난해 한 강연회에서 정보화 기술이 장애인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접근성 향상 위한 기술 개발은 ‘쭈~욱’

이 교수의 말처럼 실제로 IT산업은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인류에게 새로운 세상을 가져다줬다. 또 이 같은 결과에는 한국MS의 공이 상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한국MS가 장애인고용을 ‘외면’해 온 사실이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

노동부는 지난 11일 장애인 노동계에 고질병으로 자리 잡은 장애인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을 한명도 고용하지 않은 민간기업 명단을 공개했는데 이중 한국MS, 한국암웨이 등 8곳이 지난 6년간 단 한명의 장애인도 고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정부는 비장애인에 비해 고용상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는 장애인들의 고용기회를 넓히기 위해 지난 92년부터 일정 수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5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들은 상시근로자의 2%에 해당하는 인원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하고, 이를 어기면 미충원자 1인당 월 51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된다.노동부에 따르면 한국MS의 상시근로자수는 552명으로 11명의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한다. 그러나 노동부 조사결과 한국MS는 2003년 1월부터 올해 9월 7일 현재까지 장애인을 전혀 고용하지 않은 채 부과된 의무를 돈으로 때워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하지만 ‘장애인고용 제로기업’이라는 오명과 달리 한국MS가 장애인들의 정보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술력을 모아왔다는 점은 칭찬할만하다. 한국MS는 지난해 4월8일 한국정보문화진흥원과 노인과 장애인, 빈곤층 등 정보소외 계층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기술 및 솔루션 연구개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접근성 랩’(Accessibility Lab)을 국내에 설치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접근성 랩’은 장애인 등의 IT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보조공학 기술과 인체공학 하드웨어, 솔루션 등을 개발하는 곳으로, 우리나라 보조공학 관련 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것은 물론 지구촌 정보격차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또 같은 달 21일에는 장애인을 가르치는 정보화교육 교사들에게 ‘장애인 PC 사용자 서식 기능 안내서’를 보급해 윈도우에 내장된 장애인들을 위한 기능을 익히고 사용할 수 있게끔 하기도 했다. 그간 한국MS가 펼쳐왔던 이러한 노력 덕분에(?) 장애인인권단체 등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 회사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사회복지가는 “장애인들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열어준 회사가 정작 장애인 고용을 외면하고 있다”며 “장애인 고용에도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 관계자는 “장애인들도 보조기기만 지원되면 비장애인들과 비슷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며 “기업의 공익 활동은 장애인의무고용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다”고 비난했다.이에 대해 한국MS 관계자는 “채용 최종 면접자들 중에 장애인들이 없었기 때문에 고용을 하지 못한 것 뿐”이라며 “장애를 갖고 있다고 해서 서류심사에서 불리한 점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 중에서도 의무고용율 2%를 채우지 못한 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장애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우리 회사로 와 달라’고 부탁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덧붙였다.

장애인 고용 ‘제로기업’ 오명

하지만 ‘장애인 지원자가 없어 장애인을 고용하지 못한 것’이라는 한국MS 해명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단체를 중심으로 이 회사를 둘러싼 ‘장애인 위선’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한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우조선해양이 장애인고용률 4.7%(662명)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장애인 고용비율을 보였으며, 현대자동차(2.65%), 현대중공업(2.60%) 등이 그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