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도청 의혹 공방…민주 "굴욕적 저자세" 국힘 "동맹 근간 흔들어"

박홍근 "애먼 야당과 언론에 화풀이하고 겁박" 태영호 "근거 없는 괴담 퍼뜨려서는 안돼" 與 지도부, 민주당 불법장치자금 의혹으로 '국면 전환'

2024-04-13     문장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여야가 미국 정보당국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을 두고 연일 강대강 설전을 벌이며 공방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과 여당의 대응에 "굴욕적이고 너무 저자세"라고 지적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의 비판을 '정쟁 몰이'라고 일축하는 동시에 민주당 전당대회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일제히 성토하며 국면 전환을 꾀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통령실이 미국의 기밀 문건 유출 관련 도청 논란이 일단락됐다며 어떻게든 무마에 힘쓰는 동안, 외신들은 '한국 대통령이 미국 도청 파문의 축소를 시도했다'고 보도했다"며 "김태효 제1차장은 공항에 나온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으로 묻지 마라. 같은 질문 할 거면 떠나겠다'며 고압적인 태도마저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언 내용도 문제지만, 태도와 말투까지 오만하기 그지없다. 도청 당사국인 미국에 당당하게 항의하고 이를 국민에게 설명할 생각을 해야지, 왜 애먼 야당에, 언론에 화풀이하고 겁박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방미를 앞둔 윤 대통령에게 방미 외교의 가이드라인 겸 커트라인을 제안하며 "도청 문제에 대한 정중한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우상호 의원은 정부·여당의 대응 태도를 문제 삼았다. 우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공개된 내용은 사실 정부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다. 내용 자체를 문제 삼고 싶지 않다"면서도 "도청당한 나라가 도청당하지 않은 것처럼 몰고 가는 태도가 문제"라고 비난했다. 우 의원은 "공식, 비공식으로 항의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으면 될 문제인데 김태효 1차장처럼 마치 도청이 없었던 것처럼 몰고 가느냐"며 "아무리 한미동맹이 중요해도 동맹 국가를 염탐하거나 도청하는 게 용납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 않나"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당당하게 항의하면서도 한미동맹은 굳건하게 가져가면 되는 문제 아닌가"라며 "대일 굴욕 외교에 이어서 대미에 대해서도 너무 굴욕스럽고 저자세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 역시 라디오에서 "이번 사안에 대한 정부의 대처 방식과 태도 빵점"이라며 "도·감청에 악의가 없다는 말은 반대로 선의로 도·감청해도 되느냐라고 묻고 싶다. 국민의 자존심을 팔아먹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번 사안을 정쟁화시키며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든다고 반박했다. 다만 태영호 최고위원을 제외한 당 지도부는 도·감청 의혹 방어 대신 민주당의 전당대회 불법 정치자금 의혹에 대한 발언을 이어가며 국면 전환에 주력했다. 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부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의 도·감청 의혹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비판했다. 태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책임 있는 대한민국의 공당이라면 이번 사건으로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어보려 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계기에 여야가 힘을 합쳐 방첩 대책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며 "특히 대통령 집무실이 미군기지 가까이 이전해 도·감청에 더욱 취약해졌다는 근거 없는 괴담을 퍼뜨려서는 더욱 안 된다"고 경고했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다른 최고위원들은 일제히 윤관석 민주당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겨냥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돈당대회', '쩐당대회'라고 표현될 정도로 부패한 것으로 보인다"며 "돈으로 매표한 행위는 반민주 부패정당의 가장 대표적 특징인데, 민주당이라는 당명이 부끄러울 정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