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스트레스 자살’ 법원공무원 업무상재해 인정
2014-11-06 민성아 기자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윤인성 부장판사)는 법원공무원 A씨 유족이 "보상금과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1996년부터 법원공무원으로 일해온 A씨는 지난 2007년 채권 배당업무를 처리하면서 실수로 배당표에 돈을 받아야 할 사람을 빠트리고 적지 않았다.
A씨의 기재 누락으로 돈을 받지 못하게 된 사람이 국가를 상대로 1억9천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A씨는 소송 수행자로 지정돼 5년간 직접 소송을 진행했다.
A씨는 일반 업무 외에도 법정에 출석하고 소송진행 경과 보고서를 만드는 등 관련 업무를 처리했지만 대법원까지 간 끝에 결국 패소했다.
A씨는 이후 자신을 상대로 한 구상권 청구 절차가 시작되면서 1억9천만원을 직접 물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에 시달렸다.
그러던 중 등기업무 처리 과정에서 또다시 실수를 저질러 문제가 불거지자 극심한 불면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린 A씨는 지난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A씨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자살한 것이라며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가 공무 연관성이 없다며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가 국가배상 소송이 제기된 이후 불면증과 두통을 호소해왔고, 그러던 중 또다시 실수를 저지르자 극심한 스트레스와 두려움으로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A씨는 가정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업무상 이유 외에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만한 동기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A씨처럼 업무담당자가 직접 국가배상소송까지 진행해야 하는 제도적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면서 지난해 1월 서울고법에 소송수행전담팀이 설치되는 등 개선책이 마련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