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부추긴 불균형 규제완화…서울은 '들썩' 지방은 '잠잠'
서울아파트, 낙폭 줄고 집값 상승 사례 늘어 지방은 고점 대비 반값거래 잇따라
2024-04-13 나광국 기자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정부가 1·3부동산대책과 전매제한 완화 등 규제완화책을 내놓은 이후 서울지역 부동산 시장은 온기를 되찾는 중이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냉각된 모습이다. 금리가 여전히 높고 규제의 일부만 풀린 상황에서는 경쟁력 있는 입지의 시장만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0.11% 내려 지난주(-0.13%)보다 하락 폭이 축소했다. 지난주 낙폭 축소가 멈칫했지만 한 주 만에 다시 하락폭이 줄어들었다. 3월 공시가격이 크게 하락하며 보유세 부담이 줄고, 시중은행의 담보대출 금리가 최하 3%대에 진입하는 등 실질 금리가 내려가면서 매도자들이 급매물을 거둬들인 영향이 미친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정보시스템 집계를 살펴보면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 5차 전용면적 102㎡가 지난 3월 23일 28억원에 거래됐다. 해당 평형대에서는 최고가로 한동안 매매계약이 체결되지 않다가 거래가 발생하자 최고가를 기록했다. 신고가를 갈아치운 단지는 또 있다. 현대 6차 전용면적 157㎡는 지난 14일 58억원에 중개거래됐다. 최고가인 55억원보다 3억원이 높고 같은 달 있었던 거래가 보다는 8억1000만원이 높다. 또 지난달에는 현대 7차 전용면적 144.2㎡가 이전보다 10억원 상승한 신고가 50억원에 손바뀜했다. 같은 달 현대 1차 전용면적 131.48㎡도 46억원에 신고가 거래를 기록했다. 반면 지방은 여전히 반값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세종시 소담동 새샘마을 5단지(한양수자인 엘시티) 전용면적 59㎡는 지난 10일 기준 3억원에 거래됐다. 2020년 12월에 기록한 최고가(6억1500만원·7층) 대비 절반 이상 하락했다. 종촌동 가재마을 7단지 전용면적 84㎡도 2021년 1월 8억4000만원에서 지난 12일 4억8000만원에 거래되면서 45% 하락했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 ‘만촌삼정 그린코아에듀파크’ 전용면적 75㎡은 2020년 10월 기록한 신고가(13억9000만원)의 반값인 6억9500만원에 최근 거래가 이뤄졌다. 수성구 만촌동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구는 미분양도 많고 공급될 아파트 단지도 넘쳐나면서 기존에 아파트 값이 대부분 반토막 났다”면서 “지방 부동산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분양시장 성적 차이도 확연했다. 정부가 1·3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을 규제 지역에서 해제하면서 관련 금융과 세제, 청약 등의 규제를 완화해서다. 여기에 이달 1일부터는 무순위 청약에 무주택·거주지 요건이 폐지되고 다주택자들이 서울 규제지역에서 집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1·3 대책 이후 서울 첫 분양 단지인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자이 디그니트’는 214가구 모집에 2430명이 신청해 11.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은평구 역촌동에서 분양한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는 214가구 모집에 2430명이 신청해 11.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서구 등촌동 '등촌 지와인'은 81가구 모집에 493가구가 신청해 6.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대구시 동구 신천동에 공급된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은 478가구 모집에 총 28명이 청약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에선 마피가 붙은 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용면적 84㎡를 8억원대 초반에 분양했던 수성동1가 ‘더샵수성오클레어’는 최저 호가가 6억7900만원까지 내려갔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규제지역 해제. 전매제한 기간 축소, 대출 규제 완화, 무순위청약 시 실거주 의무 폐지 등 규제완화로 서울에 실거주뿐 아니라 투자 수요까지 몰리게 됐다”며 “지방 수요가 서울로 옮겨 가면서 지방 미분양은 더 심화되고 집값 하락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균형을 고려한 정부 차원의 규제완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