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개입 어디까지?…전세사기 구제법안 갑론을박
공공이 채권 매입하고 피해자 거주 보장 "적용 범위 모호하고 공공 재정 부담도"
2023-04-17 이소현 기자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야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전세사기 특별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그로 인한 역기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미반환 보증금 채권을 공공이 매입하는 등 전세사기 피해자의 일상 회복에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22년 9월 전세사기 피해자의 구제를 위한 저금리 대출과 더불어 무료 법률 상담 및 임시 거처 마련 등을 제안했지만, 당장 전재산을 잃어버린 피해자들의 재정적·정신적 상황을 실질적으로 구제하기에는 미봉책에 그쳤다는 비판이 커졌다. 야권에서는 이를 위한 특별법 발의가 활발하다. 지난달 30일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택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및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또한 같은 날 '임대보증금미반환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법 적용 대상자다. 두 법안 모두 임대차 계약이 종료된 지 1개월 이상이 지난 경우부터 보호대책이 적용되도록 규정했다. '사기 피해자'로 제한을 둘 경우 실제 수사·판결이 나오는 데 수년을 기다려야 한다. 또 고의성을 입증하기 힘들어 민사 등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다수였던 만큼 실질적이고 빠른 피해 회복을 위해 적용 대상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공공이 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관이 경매신청권·우선매수권·우선변제권 등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했다. 피해현황 파악을 위해 임차주택의 현황과 가격, 임차인의 대항력, 국세·지방세 체납 현황, 경매·파산의 진행 상황을 국토부·지자체가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심 의원 법안의 경우 채권 가격의 범위를 임대보증금의 50~100%로 규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공공이 매입한 주택에서 기존 세입자에게 우선 입주권을 부여해 피해자가 적어도 보증금의 절반은 돌려받거나 기존에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업계에서는 전세사기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전세사기가 수면 위로 떠오를수록 악성 임대인 또한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특별법 제정 관련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하다 공기업의 재정 악화를 불러올 수 있는 데다, 적용 대상이 모호하고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주인이 고의로 사기를 벌이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미필적 고의가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개별적인 케이스가 다르기 때문에 일정 기간 돌려주지 못했다고 해서 법 적용을 할 것인지를 가리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 동안 전세사고가 많이 발생한 것은 국가가 보증금을 갚아준다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또한 “개인 문제에 대해 세금을 투입해서 전액을 보상해주기에는 법 제정 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