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동물 아닌 가족인데’…반려동물 장례식장 부족하다
동물 장묘시설 전국 65개소로 '부족'… 불법 장례 부추기는 주요 원인
2023-04-17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 경기 안성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C씨는 2년 전 반려견 ‘세진이’를 떠나보내고 장례를 치러주는 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개인 소유 농지에 세진이가 묻힐 장소를 마련하고, 직접 만든 관에 넣어 매장해 가족들과 장례식도 치렀다. 그러나 한 달 뒤 신고를 받고 찾아왔다는 경찰과 공무원에 의해 자신이 진행한 세진이의 장례식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C씨는 당국의 개선 요구에 따라 관을 다시 꺼내 허가받은 장례업체에서 장례식을 진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거주지 주변 도시인 안성과 평택에는 반려동물의 장례업체를 찾을 수 없었으며, 용인에 있는 시설에서도 매장은 불가능해 화장만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장례 서비스 내용은 사람과 비슷했지만 문제는 가격이었다. 해당 업체가 제시한 화장 비용은 150만원(염+관+수의+픽업 서비스 포함) 정도며, 봉안 시설을 사용할 경우 달마다 10만원 이상의 사용료를 내야 했다. 정기요금을 내지 않는 사람의 납골당(1인 기준)과 비교하면 2년만 지나도 동물 납골당이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셈이다. 결국 C씨는 원치않는 화장을 선택하고, 세진이의 유골만 상자에 담아 집에 보관하고 있는 중이다. C씨는 “금전문제로 세진이에게 부족한 장례를 치러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장묘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불법 장례를 부추기고 있다. 1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전국 동물장묘업체는 총 65개소다. △경기 23개소 △부산·울산·경남 12개소 △충청 11개소 △전라 8개소 △대구·경북 6개소 △강원 3개소 △인천 2개소가 있다. 1500만을 돌파한 반려동물 수에 비해 업체 수가 턱없이 적은 형편이다. 관련 업체가 확대되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 △반려동물 장례 방식에 대한 국민 인지 부족 △구시대적인 반려동물 사체 처리 제도가 꼽힌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1000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45% 이상이 ‘매장이 불법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응답했으며, 그 중 ‘주거지나 야산에 매장 또는 투기‘했다는 응답이 413명(41.3%)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이는 앞서 C씨 사례처럼 ‘가족’의 시신을 훼손하지 않고자 하는 마음이 반영된 탓일 가능성이 크다. 제도적으로는 동물 장례에 대한 선택지가 좁은 상태다. 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개인의 사유지를 포함해 허가받지 않은 동물의 사체를 땅에 매장(매립)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 현행법상 동물 장례는 동물장묘업으로 등록된 장례식장에서 화장, 건조장, 수분해장으로 사체를 처리할 수 있다. 국민들이 장례업체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나마 있는 업체들도 규제에 가로막혀 얼마 없는 손님들을 상대로 ‘돈장사’를 할 수 밖에 없어 장례 문화 확산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렇게 장례 업체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일부는 남몰래 불법 매장을 선택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반려동물 복지 수준이 높다고 알려진 유럽을 살펴보면, 독일의 경우 관청의 허가를 통해 동물 사체를 매장 및 운송이 가능하며 영국 또한 허가 여부에 따라 매장도 가능하다. 서울 중구의 S동물병원의사는 “일부 업체는 가족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집사’들의 마음을 이용해 ‘돈벌이’ 기회로 삼아 과도한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장례는 죽은 이에 대한 최소한의 존엄이다. 가족의 장례가 금전적 상황에 따라 특정 계층만 받는 혜택이 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