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업들 中 리오프닝 효과 미미"...대중 수출 하반기 회복 전망
중국 내수중심 경제활동재개..."韓 낙수효과 크지 않을 것"
국내 기업 55% "기대 안해"..."한중 관계 개선 선결 돼야"
2024-04-17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중국이 장기간 봉쇄조치 후 최근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에 나서며 국내 경제계가 막연한 기대를 걸고 있지만, 수출입 개선 등 실제 파급효과는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중국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하는 한국 기업들도 올 하반기 들어서야 대중 수출 등에 있어 회복세를 보일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7일 '중국 리오프닝의 국내 경제 파급영향 점검' BOK 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장기간의 봉쇄조치 이후 리오프닝을 하면서 글로벌 경기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국에 대한 영향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산업연관 모형을 통해 살펴 본 결과, 우리나라와 같이 제조업·IT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중국 성장률이 제조업 위주로 1%포인트 높아질 때는 국내 성장률이 평균 0.13%포인트 개선됐으나, 서비스 위주로 높아질 경우에는 평균 0.09%포인트 개선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성장률이 높아질 경우 서비스업 보다 국내 성장률을 1.4배 더 높인다는 뜻이다.
이를 반영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중국 리오프닝의 긍정적 영향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의 효과가 아직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중국 경제는 리오프닝 이후 서비스 소비와 투자 등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으나 대외 파급 영향을 보여주는 수출입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올 들어 소비가 외식서비스, 화장품 등 대면활동 관련 부문을 중심으로 빠르게 반등하고 투자도 정부 지원 확대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대외거래는 수출이 1~2월까지 부진을 지속하다가 3월 들어 증가 전환하였으며 수입은 감소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 리오프닝의 효과가 아직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문별로는 기계, 철강 등 비IT 부문이 최근 들어 부진이 완화되고 있으나 반도체 등 IT 부문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대중 수입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둔화 흐름을 보이다가 올 들어 이차전지 재료 등 원자재 수입을 중심으로 반등했다. 이를 반영해 1분기 중 대중 무역수지 적자폭이 확대됐다.
중국인 관광객의 경우에도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불허와 한중간 항공편 부족 등으로 회복이 더뎌 전체 방한 관광객 수 회복을 제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달리 우리 국민의 해외 여행수요는 크게 늘어나면서 여행수지가 지난해보다 악화하고 있다.
한은은 중국 리오프닝의 파급효과가 지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중국 경제의 내수 중심 회복과 IT 부문 등에서의 높은 재고 수준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간 중국의 자급률 상승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한은은 앞으로 대중 수출은 당분간 예상보다 약한 흐름을 보이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IT경기 부진 완화, 중국 내 재고 조정 등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대중 거래선이 있는 국내 기업들도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440개 수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 리오프닝이 '기업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긍정적 답변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기업의 매출, 수익 등 경영실적 차원에서 중국 리오프닝의 영향을 묻는 질문에 '긍정적 효과'를 예상한 기업은 38.2%였고, '경영실적에 영향 없을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도 54.4%에 달해 중국경제의 낙수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리오프닝이 경영실적에 영향이 없거나 부정적 효과를 예상한 기업들은 '대중국 수출 증대효과가 크지 않을 것'(54.7%)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김상훈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팀장은 "글로벌 IT 경기의 회복 시점 및 속도와 더불어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 등이 대중 수출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상존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중국 관광객 회복 여부도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