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결국 세 번째 사망자 발생… 전세사기 계속 나올 것

전세사기 피해자 잇따라 숨져… 올해만 20·30대 3명 깡통전세·전세사기 우려에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최다 “전셋값 약세 이어지면서 전세사기 우려도 지속될 듯”

2023-04-17     나광국 기자
17일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100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된 60대 건축업자, 이른바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 후폭풍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에 이어 최근 세 번째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 사망한 피해자 모두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12분께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서 30대 여성 A씨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다. A씨의 주거지를 방문한 지인은 쓰려져 있는 그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끝내 숨졌다. 그의 집에서는 유서가 함께 발견됐다. A씨는 ‘건축왕’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2019년 9월 보증금 7200만원을 주고 전세 계약을 맺은 뒤 2021년 9월 임대인의 요구로 재계약을 하면서 보증금을 9000만원으로 올렸다고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는 설명했다. 이후 A씨가 계약한 아파트는 작년 6월 전세사기로 60세대가량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아파트는 2017년 준공돼 전세보증금 8000만원 이하여야 최우선변제금 270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었는데 A씨는 대상자에 해당하지 못한 상태였다. 피해대책위 관계자는 “A씨는 평소 새벽에 일을 나가 밤늦게 퇴근하는 등 어렵게 생활하는 중에도 피해 구제를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노력했던 것으로 안다”며 “전세 사기로 인해 많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실제 A씨는 숨지기 전날까지 직장에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20대 남성 B씨가 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선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B씨는 생전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2만원만 보내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 28일에는 또 다른 건축왕 사건 피해자인 30대 남성 C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C씨는 휴대전화에 남긴 메모에서 “더는 못 버티겠다. 이게 계기가 돼서 더 빠르고 좋은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극이 잇따르자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18일 인천 주안역 남측 관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대책위는 “전세사기·깡통전세 사태에 대한 정부 대책이 피해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고 대출 지원이나 긴급주거 지원도 기준이 까다로워 수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전면적인 피해실태 조사와 정부 대책 사각지대 보완, 맞춤형 금융지원 등의 요구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전세사기 등 이유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이 늘어나면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도 매달 크게 늘고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과장 자료를 살펴보면 이달 13일 기준 3월 전국 집합건물에 대한 임차권설정등기(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3413건을 기록했다. 임차권설정등기 신청 건수는 2019년 4월 1009건을 마지막으로 월별 1000건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1043건으로 1000건을 돌파한 뒤 계속 증가해 올해 1월(2081건) 2000건을 넘겼고, 이후 두 달 만인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3000건을 넘긴 것이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계약이 종료된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이사한 후에도 대항력을 유지해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하는 조치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 급매물 거래가 상당수인 데다, 대출이자 부담으로 월세(보증부월세 포함) 수요도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전세값 약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셋값 약세가 이어지면 깡통전세 및 전세사기 피해도 동반해서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