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문가 한 목소리 “정부 전세사기 대책 실효성 없어”

"안일한 대처… 현장·피해자 중심으로 다시 짜야" "근본적 원인 파악… '사회적 재난' 인식도 필요"

2023-04-18     이소현 기자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정부의 전세사기 대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기 피해자들의 잇단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가 부랴부랴 경매 중단에 나섰지만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는 정부가 현장과 피해자 중심으로 정책을 다시 짜야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피해자 구제까지 포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예방·단속에 초점을 맞춘 정부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이라는 주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세사기가 확대된 구조적 원인으로는 정부의 전세대출 확대와 무분별한 전세보증이 지적되고 있다. 집값의 90%까지 대출이 나오고 100%까지 보증이 가능한 구조 속에서 '무자본 갭투자'가 성행했지만, 보증·금융기관과 임대사업자·공인중개사를 관리하는 역량 또는 세입자에게 위험을 알리려는 노력 등은 전무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가장 시급한 문제는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리는 피해자들"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경매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견된 문제에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접근했다고 본다"며 지금 상황은 '빚 내서 잘 살자'는 정부 정책에서 비롯된 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임재만 세종대 산업대학원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다"면서 "책임이 있는 국가·금융기관이 나서 그 손실을 함께 분담하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공공이 피해자의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 그 한 가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는 손실을 분담하자는 개념이지 원금대로 사주자는 게 아니다"고도 했다.

정부 정책이 시장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세사고가 많은 빌라 등 비(非) 아파트가 아닌 아파트에 맞춰 대책을 마련함에 따라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것.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정부 대책이 보증금 미반환 위험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면서 "당장 오는 5월 1일부터 보증 가입 요건이 강화되면 보증 사고가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구조인 만큼 미반환 피해는 임차인의 몫"이라며 "전세퇴거자금 대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전세 보증 비율은 단계적으로 내리는 것이 맞다"면서 "다만 전세금 반환 목적의 주담대를 부활시키고, 그 돈이 반드시 임차인에게 돌아가도록 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현재 전세대출을 실행하면 세입자 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임대인에게 전달된다. 이를 반대로 적용해 세입자 구제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결국 전세 대책은 재정을 통해 채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 "전세자금 대출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월 발생한 전세보증금 사고는 총 1121건(2542억2255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511건)과 비교해 두배 이상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