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같은 싸움 다른 결과’ 남양유업·KT&G, 뭐가 달랐나

“5년째 실적 상승 중”…KT&G 주총서 완승 오너리스크 남양유업, 주총 ‘3% 룰’ 통했다

2024-04-18     강소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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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남양유업과 KT&G가 행동주의 펀드와의 분쟁에서 각기 다른 결과를 보여 주목된다.

올해 주총 시즌에서 남양은 행동주의 펀드에게 패하며 행동주의 펀드가 추천한 감사가 선임됐다, 홍원식 회장 일가로 인한 오너 리스크, 경영권 분쟁 등으로 기업 가치 훼손 등 주주들의 표를 얻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KT&G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다수 주주가 결국 현 KT&G 이사회에 힘을 실어주며 완승을 거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달 31일 열린 남양유업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일부 승리를 거뒀다. 대주주의 압도적인 지분을 무력화할 수 있는 ‘3% 룰’ 덕분에 차파트너스가 추천한 감사가 남양유업 이사회에 입성하게 됐다. 감사 선임 안건에는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해 소액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장치인 ‘3% 룰’이 적용된다. 상법은 자산이 2조원 이상인 회사가 주총에서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하는데, 이를 통상 3% 룰이라고 한다. 남양유업 현 경영진에서 내세운 심호근 남양유업 상근 감사 재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심 감사위원 선임에 대해 주주들은 찬성에 12만표, 반대에 4만표를 던져 찬성 표가 반대 표의 3배에 달했다. 그 결과 차파트너스에서 내세운 심혜섭 법률사무소 대표를 새로운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현재 남양유업은 홍원식 회장이 보유한 지분 51.68%를 포함해 오너 일가 지분율이 53.08%에 이른다. 차파트너스의 지분율은 3.07%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차파트너스에서 제출한 다른 주주 제안들이 주총에서는 대주주의 반대로 부결됐지만, 감사 선임에 있어서는 홍 회장의 지분이 힘을 쓰지 못했다. 반대로 KT&G는 지난달 28일 열린 KT&G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안다자산운용 등이 배당금 상향 및 신규 사외이사 추천 등 주주총회 안건을 상정시키면서 전방위 공세를 펼쳤지만, 합산 지분이 60%에 육박하는 외국인과 개인 주주들이 KT&G의 손을 들어주면서 승리했다. 사외이사 정원 유지와 선임·배당금 등 주요 안건에서 KT&G 이사회 측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 이날 가장 관심을 모았던 ‘사외이사 증원 건’이다. 행동주의 펀드는 사외이사를 현재 6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안을 제안했지만, 출석주주의 64.4%가 KT&G의 현원 6명 유지 안을 찬성했다. 행동주의펀드는 사외이사 6명에 자신들이 추천한 인물을 한 명도 넣지 못했다. KT&G는 연초부터 FCP와 안다운용으로부터 자회사 KGC인삼공사 분리상장·사외이사 확충 요구를 받았다. KT&G가 글로벌 담배회사로 도약하려면 인삼공사를 분리해 경영 효율화를 꾀하고 새로운 이사진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KT&G는 최근 5년간 매출 최고 기록 매년 경신하며 성장해왔기 때문에 주주들이 KT&G를 신뢰를 받았다”며 “하지만 남양유업은 수년째 지속되는 오너리스크로 최근 몇 년간 실적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주들의 누적된 불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