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세사기, 투자 실패 아닌 사회재난으로 봐야"
전세사기 피해 전국대책위 발촉, "피해자에 경매 주택 우선 매수권 줘야" 정부, 최우선변제금 기준 높였지만… 피해자 괴롭히는 사각지대 '여전'
2023-04-18 최재원 기자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빌라왕’, ‘건축왕’ 등 조직적 전세사기로 피해자 3명이 사망하며 전국단위의 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를 통해 피해자들은 경매 중단과 함께 특별법 재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18일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인천 주안역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 이는 ‘건축왕’으로부터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모인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를 확대 출범한 것이다 전국대책위는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가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특히 이들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매를 중단하고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경매가 진행돼 낙찰되면 강제 퇴거가 불가피하다며 경매 중단을 지속해서 촉구해 왔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거주 주택을 경매에서 낙찰받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정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을 경우 임차인이 받을 수 있는 최우선변제금을 높여왔지만 그 규모가 피해 회복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11월 출범 직후부터 미추홀구 대책위는 “경찰 수사가 끝나지 않아 민사소송도 어려운 상황에서 경매가 진행된다면 피해자들은 강제 퇴거가 불가피하다”며 피해 가구의 경매 중지·연기에 대한 행정명령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추홀구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대책위에 가입된 34개 아파트·빌라의 1787가구 가운데 경매·공매에 넘어간 가구는 1066가구(59.6%)에 달한다. 이 중 106가구는 이미 낙찰돼 매각이 끝났으며 261가구는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불과 4개월 전과 비교해도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대책위 미가입자까지 고려하면 전체 피해 세대 3079가구 중 2083가구(67.6%)가 경매에 넘어갈 것으로 미추홀구 대책위는 추정하고 있다. 안상미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어떤 대책보다도 경매 중지가 가장 시급하다”며 “부동산 시장에서는 낙찰꾼들이 경매 넘어간 피해 가구들을 노리고 있는데 피해자들이 집을 우선 매수할 수 있도록 대출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전국대책위는 전국적인 전세사기 피해 실태 조사와 함께 맞춤형 금융 지원, 보증금 채권이나 피해주택 매입 등의 근본적인 대책을 계속해서 요구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날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 65개 종교·노동·주거·복지 관련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세입자들과 함께 ‘전세사기·깡통전세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통해 “며칠 사이 잇따라 전세 사기 피해 세입자가 세상을 등졌다”며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지탄했다. 이어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 배경에는 정부 정책 실패가 있다”면서 “관리‧감독 소홀뿐만 아니라 ‘빚내서 집 사라’, ‘빚내서 세 살라’는 대출 중심의 주거정책과 투기 부양책으로 주거불안을 키운 정부 정책에 기인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대책위는 △깡통전세 특별법 제정(공공매입과 피해구제 등) △전세가격(보증금) 규제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전세대출‧보증보험 관리 감독 강화 등을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했다. 임차인이 가진 보증금 반환채권을 우선 매수해 피해자들을 구제하고 매수한 보증금 반환채권을 기초로 해당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전셋값 폭등을 막기 위해 전세 보증금을 주택가격의 70% 또는 공시가격의 100% 이하로만 받을 수 있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고 전세대출·보증보험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피해 상황과 관련해 부동산의 경매 일정을 중단하는 방안을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이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경매 일정의 중단 또는 유예 방안을 보고받은 뒤 이를 시행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